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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랜드마크를 찾아서] 루체른 문화센터 설계 과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내가 물에 들어갈 수 없다면 나에게 물이 흐르도록 할 것이다." (장 누벨)

1989년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내놓은 KKL 설계안은 심사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통과됐으나 시의회의 반대에 부닥쳤다. 루체른호의 모양을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물 위에 뜬 대형 선박처럼 스위스 루체른 호수 위에 공연장을 짓겠다던 누벨의 아이디어는 결국 호수가 바라보이는 유람선 선착장 옆으로 장소가 옮겨져 설계됐다.

누벨은 호수 안으로 튀어나오게 건물을 짓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호수의 물줄기를 공연장 안으로 끌어들였다. 루체른홀 로비에서 KKL콘서트홀 로비로 이동하려면 이 물줄기 위의 다리를 건너야 한다.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가장 중요시하는 그가 설계 과정에서 매달리는 주제는 투명성.그림자, 빛의 상호작용이다.

평면에 가까운 넓은 지붕과 길이 30m짜리의 대형 차양은 관객에게 비나 햇볕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지만 끝없이 펼쳐지는 루체른 호수의 수평선의 연장선이기도 하다.

KKL이 들어선 자리는 호텔.우체국.미술관을 거쳐 1933년 아르민 메일리의 설계로 개관한 공연장이 있던 장소. 루체른 페스티벌의 본거지였다. 21세기를 앞두고 첨단 설계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공사 기간 중 루체른 페스티벌을 대형 천막에서 치르자는 의견도 있었으나 루체른 중앙역에서 5㎞ 떨어진 제철소에 1천8백석짜리 임시 공연장을 마련했다. 베를린 라파예트 백화점, 파리 아랍세계연구소, 리옹 오페라하우스 등을 설계한 누벨은 KKL 뿐만 아니라 루체른 중앙공원 옆에 객실 25개, 레스토랑 5개의 부티크 호텔(http://www.the-hotel.ch)도 설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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