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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랜드마크를 찾아서] 12. 스위스 루체른 문화센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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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늦가을부터 봄까지 계속되는 겨울 시즌의 입장객은 매년 줄어들지만 여름 페스티벌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게 세계 음악계의 추세다.

바이로이트.뮌헨.액상 프로방스.글라인데본 등 대부분의 음악제가 오페라 페스티벌인데 반해 루체른음악제는 교향악단 위주로 꾸며진다.

바그너가 1866년부터 6년간 살면서 오페라 '마이스터징거' '반지' 를 작곡한 유서깊은 곳인데다 교통이 편리한 호반의 도시라는 훌륭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변변한 오페라하우스 하나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루체른에 지난 1998년 루체른 문화센터(KKL:Kultur- und Kongresszentrum Luzern)가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여름 휴가는 물론이고 부활절축제(4월)와 추수감사절축제(11월말)에 휴가철 관광객을 겨냥한 음악축제가 열린다.

매년 8월 중순부터 5주 동안 열리는 루체른 국제음악제는 베를린필하모닉.암스텔담콘서트헤보.빈필하모닉 등 세계 굴지의 오케스트라들이 한데 모이는 기회. 느긋한 마음으로 겨울 시즌의 '하이라이트' 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자리다.

스위스 취리히 국제공항에서 기차를 타고 1시간 10분 걸려 도착한 루체른 중앙역. 71년 화재 이후 89년에 신식 건물이 들어섰다.

여기서 걸어서 2분이면 KKL에 도착한다. 호수와 강과 산으로 둘러싸인 인구 6만명의 작은 휴양도시는 KKL의 개관과 함께 국제적인 문화도시로 급성장했다.

KKL 콘서트홀(1천8백40석)은 지난 1998년 8월 19일 제60회 루체른 페스티벌 개막공연에 맞춰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지휘하는 베를린필하모닉이 베토벤의 '합창교향곡' 을 연주하면서 첫 발을 내딛었다.

KKL은 프랑스 건축가 장 누벨의 설계, 미국 ARTEC사의 러셀 존슨의 음향 컨설팅이 빚어낸 걸작품. 우주선 모양의 음향 반사판이 별빛을 수놓은 듯한 홀 천정에 매달려 있고 석고타일로 된 내부 마감에다 문을 여닫아 잔향시간과 볼륨을 30%까지 조절할 수 있는 반향실을 갖췄다.

콘서트홀에서는 교향악단.합창단 뿐만 아니라 실내악.독주회.오르간 독주회도 열리기 때문에 공연 장르에 따라 담는 그릇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1개의 콘서트홀로 3~4개의 공연장을 갖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KKL에는 대극장.소극장이 따로 없다.

합창과 관현악이 어우러지는 대규모 공연이나 피아노 독주회나 최적의 음향상태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의자 밑에 설치한 공기조절 시스템으로 완벽에 가까운 소음 방지 덕분에 관객의 기침이나 연주자의 사소한 실수 하나라도 객석 구석구석에 그대로 전달되는 그야말로 무서운 무대다.

5층 규모의 높은 천정, 최소한으로 줄인 발코니의 넓이, 객석 규모도 음향이 좋기로 소문난 보스턴심포니홀.빈 무지크 페어라인잘의 장점을 살렸다.

객석 규모를 줄이는 대신 뛰어난 음향을 제공함으로써 평생 잊을 수 없는 감동의 무대를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건축가 장 누벨은 붉은 색과 푸른 색으로 실내를 꾸미려고 했으나 루체른 페스티벌의 출연진의 대표격으로 건축 위원회에 참가한 클라우디오 아바도는 더 부드러운 색깔을 원했다. 그래서 실내 마감은 부드러운 흰색으로 결정됐다.

루체른 음악제를 '페스티벌 중의 페스티벌' 로 만들기 위해 2억5백만 스위스 프랑(약 1천4백78억원)의 예산을 들인 KKL은 컨벤션.파티.재즈콘서트가 열리는 다목적 공간인 루체른홀(1천1백40석).컨벤션센터.박물관.레스토랑이 올해 6월 완공되면서 완전히 제모습을 갖췄다. 연면적 2천1백㎡의 박물관은 KKL 내에 있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1998년부터 추수감사절 휴가를 겨냥해 신설된 피아노 페스티벌이나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소화해낼 수 있는 것도 KKL 콘서트홀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KKL은 그림엽서에 등장할 정도로 루체른의 명물로 떠올랐다.

루체른=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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