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저인망선에 어민 피해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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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한.일 중간수역에서 국내 어민들의 대게잡이가 한창인 가운데 어구훼손 등을 놓고 한.일간 마찰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간수역은 한.일 양국이 1998년 1월 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양국의 배타적 경제수역을 제외한 지역에 설정한 공동조업구역. 여기서는 양국 어민이 자국 관련법에 따라 고기를 잡는다.

포항 구룡포 근해자망선주협회(회장 박응출)는 최근 중간수역에 어업지도선을 상시 배치해달라고 해양수산부에 요청했다. 또 일본저인망 어선에 의한 어구 훼손에 강력 대응키로 했다.

어구 훼손을 적발하면 조업중인 우리 선박이 현장에 집결해 도주로를 막고 끝까지 추적해 증거를 확보한다는 것. 어민들은 또 협회 소속 어선 22척을 2개조로 나눠 감시에 나서고 비디오.카메라를 휴대토록 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7일 동건호(선장 이인희.89t)와 금성호(선장 이정웅.31t)는 일본 저인망 어선에 의해 통발.그물이 찢어지는 등 수천만원씩의 피해를 봤다.

어민들은 그러나 일본어선의 도주 등으로 증거확보가 어려워 대부분 보상받지 못하거나 증거 확보 뒤에도 '쥐꼬리' 보상에 장기간 기다리는 실정이다.

대게잡이 어민 김경호(金敬昊.58)씨는 "그물.통발이 찢어져 얽히면 다음에 사용할 수 없어 피해가 크다" 고 말했다.

이같은 마찰은 한.일간 대게를 잡는 어구와 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부이에 매단 통발.자망을 설치해놓고 이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일본은 저인망 그물을 끌면서 대게를 잡고 있다.

본격 대게잡이를 앞둔 지난달 22일 포항수협에서 한.일 민간어업자가 이같은 문제를 협의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게잡이 시기가 11월~다음해 3월인 일본은 우리 어선의 어기(11월~다음해 5월)를 나눠 한.일 어선이 차례로 조업하거나 중간수역을 다시 분할하자고 주장한 반면 우리 어민은 마지막 대게잡이 어장인 중간수역을 빼앗길 수 없다며 거부했다.

포항 영일수협 관계자는 "중간수역에서의 한.일 마찰은 근본적으로 양측의 어로방식이 달라 생긴 문제여서 어업지도선에 의한 감시 이외 다른 해결책이 없다" 고 말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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