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덴셜 보험 상장키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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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미국의 초대형 보험사인 프루덴셜이 회사 형태를 상호회사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증시에 상장키로 했다고 뉴욕 타임스가 17일 보도했다.

이 회사는 상장과 동시에 1천1백만 고객에게 1백90억달러(약 23조7천억원)를 주식으로 나눠줄 예정이다.

회사의 총자본에서 부채를 빼고 남은 자기자본 모두를 고객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각 고객이 받을 몫은 보험 가입 금액과 기간 등에 따라 달라지며, 이 과정에서 논란이 빚어질 소지가 있다.

이와 관련, 소비자단체인 뉴저지 시민행동(NJCA)의 앤소니 라이트 이사는 "고객의 몫이 완전하고 공정하게 분배되는 지 철저히 감시할 것" 이라고 말했다.

주식을 원하지 않는 고객에게는 주식의 공모가로 계산한 현금이 지급된다. 한국프루덴셜의 고객은 본사의 상장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

프루덴셜의 아더 라이언 회장은 지난 15일 사내 TV방송 연설에서 상장 계획을 공개했다.

이 회사 이사회는 지난 12일 상장 방침을 승인하고 라이언 회장에게 권한을 위임했다. 상장 시기는 내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이에 앞서 올해 초 메트로폴리탄생명과 존 핸코크 파이낸셜 서비스가 고객에게 주식을 분배한 후 상장한 바 있다.

◇ 국내 생보사 상장 추진 상황과의 비교〓삼성.교보 등 국내 생명보험사도 상장을 추진해왔으나 상장으로 인한 이익을 누가 가져가느냐를 둘러싼 논란으로 상장이 무기 연기된 상태다.

국내 생보사는 회사 형태가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미국과 직접 비교가 곤란하다. 현재 프루덴셜의 주인은 고객이며, 이들이 대표를 뽑아 이사회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

국내 생보사는 주주들이 회사의 주인이며, 대주주가 경영권을 쥐고 있다. 그렇지만 국내 생보사는 미국 생보사처럼 유배당 보험상품을 팔아왔다.

형식상으로는 주식회사지만 내용상으로는 상호회사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점 때문에 논란이 되고 있다.

정부.시민단체는 상장으로 발생할 이익을 고객에게 최대한 나눠줘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생보사들은 상장 이익은 기본적으로 주주들의 몫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삼성생명의 경우 회사측 주장대로라면 액면가 5천원짜리 1주가 시가로는 70만원에 달해 상장 이익이 1백40배나 된다.

따라서 어느 한쪽이 대폭 양보하지 않는 한 가까운 시일 내에 생보사 상장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주정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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