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지역축제 '쓴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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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지역축제는 나날이 늘어만 가는데 공무원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전북도청 채규정(蔡奎晶.54)부이사관이 지방자치단체에서 펼쳐지는 각종 축제의 실태와 문제점을 지적한 논문을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최근 국방대학원을 졸업하면서 쓴 ‘지역축제의 추진모형에 관한 연구’가 그것이다.

蔡부이사관은 이 논문에서 “지자제가 도입되면서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늘었지만 대부분 관주도로 이뤄지면서 내고장 홍보, 관광객 유치라는 본래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역축제는 1995년 이전에는 2백3개에 불과했지만 민선출범 이후 4백24개로 배 이상 많아졌다.

그러나 대부분 행사를 7급 이하 직원 1∼3명이 담당하는데 이들마저 1∼2년만에 자리를 옮기는 게 태반이라 전문화와는 거리가 멀고 성과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지역별로 대표적인 축제 70개를 골라 제안자를 조사한 결과 41%에 해당하는 29개는 자치단체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행사를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 행사의 계획 ·준비 ·운영 ·평가 등에 지역민 참여가 배제되고,주민들을 억지로 동원한 경우도 전체의 26%(18개)나 되었다.

蔡이사관은 “지역축제가 창의성·기획력 부족으로 ‘그 밥에 그 나물’처럼 내용이 서로 비슷해져 낭비적이고 전시성이라는 비난을 받는다”며 “이를 개선키 위해서는 행사의 통합운영,민간참여 확대,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육사를 나와 군에서 소령으로 재직하다 77년 공직에 입문한 蔡부이사관은 내무부 지역정책과장,정읍시장 등을 거쳐 96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익산부시장으로 근무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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