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본과 동맹강화 나설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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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가 당선됨에 따라 8년 동안 민주당 빌 클린턴 대통령이 이끌어온 미국의 대외정책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일본.중국.유럽 등 주요 국가 전문가들을 통해 각 나라와 미국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를 세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사법부 판단에 의해 미국의 차기 대통령이 결정됐다.

대선은 격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진흙탕 싸움이었고, 정권 이행을 위한 귀중한 1개월이 낭비됐다.

앞으로도 두 진영간에 감정적 응어리는 남을 것이다.

의회 세력 분포도 공화.민주당이 백중세인 만큼 새 정권은 취약한 기반 위에서 출발할 것이고, 신중한 '항해' 를 요구받을 것이다.

조지 W 부시 정권의 대(對)아시아 정책, 그 가운데서도 대일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인가.

부시 자신은 아시아 문제와 미.일 관계에 특별한 관심과 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

텍사스 주지사 시절에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

그러나 부시 진영에는 로널드 레이건 및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의 외교.안보정책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그 중에서도 폴 월포위츠 전 국방차관,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보는 아시아 전문가들로서 차기 정권에서 국무부 또는 국방부의 준 각료급으로 일할 것이다.

최근의 미.일 관계를 고려하면 외교.안보분야 이상으로 누가 재무장관과 통상대표가 되느냐가 중요하지만 밥 제리크 전 국무차관 주변 인물을 경제각료로 기용하면 경제에 치우치지 않는 전략적 균형감각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빌 클린턴 정권은 중동평화 교섭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방북시켜 자신의 방북까지 약속하는 등 너무 앞서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곧 임기가 끝나는 정권이 취할 책임있는 방책이 아니다.

부시 정권이 출범하면 여기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구체적으로 어떻게 타협할지를 확인한 다음 신중한 거래를 할 것이다.

대북정책과 관련해 일본은 한국과 미국에 뒤떨어져 고립돼 있다는 시각이 있지만 양국과의 정책협조를 위한 시간적 여유를 가질지도 모른다.

북.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초조히 지켜보는 것은 북한이다.

일본이 분위기에 휩싸여 당황할 필요는 없다.

대 중국 정책에 대해 부시 진영은 선거 기간 중 다소 과격한 수사를 사용했다.

미.중 관계가 긴장되면 일본도 한국도 괴로운 입장이 된다.

그러나 실제로 새 정권의 대중 정책은 수사보다는 유연하고 현실적인 것이 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대 중국 정책이 클린턴 정권 때처럼 이랬다 저랬다 하지 않는 것이다.

부시 진영은 국가미사일방위(NMD)체제 구축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물론 기술적.재정적 전망은 아직 서 있지 않고 유럽 국가들은 이에 비판적이다.

일본은 미국과 전역미사일방위(TMD) 연구를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의 대응을 봐가면서 이 문제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태도 표명을 할 필요가 있다.

부시 정권은 리처드 아미티지를 중심으로 미.일 동맹관계 강화에도 적극 나설 것이다.

중시되는 것은 일반적으로 무시당하거나 경시당하는 것보다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만큼 상대의 요구 수준도 올라가게 된다.

실제로 부시 진영 유력 참모진 사이에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금지 해석에 비판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또 동맹간 정보공유를 위해서는 스파이방지법과 같은 입법 조치도 필요하다.

하지만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내각의 지지율은 극단적으로 낮고 연립정권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현행 헌법의 문제도 겨우 논의하기 시작했을 뿐이다.

과연 일본은 미국의 새 정권 기대에 충분히 부응할 수 있을 것인가.

일본 국내의 특수 사정만을 얘기해선 동맹관계는 유지.강화되지 않는다.

전후 반세기 이상 걸친 응석의 타성에서 일본이 벗어날 수 있는지 여부에 미.일 동맹의 미래가 달려 있다.

무라타 고지(도시샤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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