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박근혜 의원, 발언 사과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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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11일 ‘강도론’ 공방(본지 2월 11일자 1, 3면)과 관련해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에게 사과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9일 충북에서 “잘되는 집안은 강도가 오면 싸우다가도 멈추고 강도를 물리친다”고 말한 뒤 박 전 대표가 10일 “집안 사람이 강도로 돌변하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되받아친 것을 이 대통령 폄하 발언이라고 판단해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홍보수석은 이 대통령의 발언이 당 화합을 강조하기 위해 여러 차례 써온 비유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박근혜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적절한 해명과 공식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자들이 “‘공식적 조치’에 사과가 포함되느냐”고 묻자 이 수석은 “잘못했으면 사과해야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는 일부 기자들에게 “말한 사람이 (사과)해야지”라며 박 전 대표의 직접 사과를 요구했다.

이에 앞서 이 수석은 친박근혜계 진영을 향해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분초를 아껴가며 국정을 위해 일하는 대통령을 폄하하는 발언을 함부로 하고 나서 ‘원론적 언급’이라고 얼버무리는 건 온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9일 충북 업무보고 당시 이 대통령의 발언을 현장에서 직접 들은 친박계 송광호 의원이 10일 “한 신문이 이것(대통령의 진의)을 윤색했다”고 밝히자 계파 대변인 격인 이정현 의원이 “박 전 대표의 언급은 원론적인 것”이라고 해명한 데 대해 비판한 것이다.

이 수석은 이번 상황과 관련, “이걸 ‘실언 파문’으로 규정하고 싶다”며 “최소한 대통령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는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사과 요구에 대해 박 전 대표는 “그 말이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처리하면 될 것 아니냐”라고만 말했다고 이정현 의원이 전했다.

이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대통령을 포함해 특정인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말했는데 뭐가 잘못됐다는 것이냐”고 말했다.

친박계 이성헌 의원은 “청와대가 ‘대통령 발언은 특정인을 지칭한 게 아니다’라고 했고, 우리도 ‘박 전 대표 발언이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는데 우리에게만 사과하라고 하는 게 타당하냐”고 반박했다.

이 수석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이 전해진 뒤인 이날 오후 “사리와 도리를 갖고 얘기한 것인데 감정적으로 대응하니 안타깝다”고 지적하는 등 양측의 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김정하·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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