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소리] 지하철 성추행 속수무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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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며칠 전 지하철에서 생긴 일이다.

옆에 있던 50대 후반의 남자가 몸을 만지면서 '이상한 짓' 을 하려고 해 화를 냈더니 욕을 하면서 "창피를 당해야 정신을 차리겠느냐" 며 오히려 펄펄 뛰는 것이었다.

너무 기가 막혀 지하철에서 내려 112에 신고를 해 열차번호를 가르쳐줬다.

문제는 성추행 사건을 접수한 경찰의 반응이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뭐 그런 일로 신고를 하느냐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40여분이 지나 두명의 경찰관이 나타났지만 범인을 검거할 방법은 두가지뿐이라고 했다.

지하철 안에서 신고해 피해자와 가해자가 같이 있거나, 아니면 가해자를 끌고 내려 경찰관이 올 때까지 붙잡아 둬야만 범인을 검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경찰관은 "아가씨가 그냥 참아요"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휴대폰 없는 사람은 마음대로 성희롱을 당해도 된다는 뜻인가. 또한 여자가 남자를 끌고 내려 붙잡아 놓기는 더욱 불가능한 일이 아닌가.

현재 지하철에는 성희롱 신고전화가 걸려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이라면 얼마나 이를 활용할 수 있을까.

이예진.서울 마포구 동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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