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고객혜택 줄 때 수익 나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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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2000년 봄, 테헤란밸리에 몰아친 벤처 열풍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법인들이 테헤란밸리의 곳곳을 장악했고, 인터넷이라는 연장으로 중무장한 광부들이 속속 모여들어 조만간 황금을 손에 쥐리라는 무지개빛 미래에 가슴을 부풀렸다.

그러나 골드러시에서 돈을 번 사람은 삽과 곡괭이를 만들어 판 사람 뿐이라는 말처럼, 황금이 보인다는 소문만 난무할 뿐 황금을 손에 거머쥔 사람을 찾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뜨겁게 달아오르던 테헤란밸리가 어느덧 가을이 지나 쌀쌀한 겨울의 문턱에 접어들면서 가뜩이나 추워진 날씨만큼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빚을 내서라도 투자하겠다고 달려들던 투자자들 덕분에 호사스러운 세월을 보내던 벤처들이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내년초의 주주총회를 숨죽이며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다시 한번 원점으로 돌아가 냉정히 바라보자. 사실 일련의 기술변화가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소위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온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러한 환경변화가 기존 기업과 새출발을 모색하는 기업에 기회를 부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변화는 기회 뿐만 아니라 위협도 동시에 주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급속한 환경변화 속에서 경쟁 우위를 갖기 위해서는 이를 올바르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수적이다.

변화를 앞서 감지하고 리드할 수 있는 기업에겐 더 큰 기회가 주어지겠지만, 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더욱 큰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벤처 열풍을 주도했던 대다수의 기업들은 오로지 기회만을 잡으려 모든 정력을 소진했을 뿐, 자신의 주변에 도사리고 있던 위협요소들은 쉽게 무시해버린 건 아닌가.

이제라도 다시 한번 냉정한 눈을 가지고 바라봐야 한다.

회원만 있으면 미래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막연한 허상이 아닌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야 한다.

어거지로 꿰맞춘 듯한 수익모델이 아닌, 고객에게 혜택을 줄 수 있고 고객이 느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차별화가 가능한 사업모델만이 생존할 수 있는 시기다.

이를 위해서는 철저하게 고객지향적인 사고에서 출발해야 한다. 어떠한 비즈니스건 경쟁자보다 고객에게 더 우월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면 그 비즈니스는 성공할 수 있다.

고객은 비즈니스의 성공을 평가하는 변수다. 따라서 수익성 있는 고객의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도 테헤란밸리에서는 수많은 벤처기업들의 생존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차가워지는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을 지새는 수많은 젊은 벤처인들. 이들이 있는 한 테헤란밸리에는 다시 봄이 올 것이다.

문성일 코스모정보통신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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