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으면 돈 버는 아이디어 떠오를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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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시가 돈이 된다”고 믿는 시인이 있다. 시조시인 황인원(51·사진)씨다. 그가 최근 펴낸 『시에서 아이디어를 얻다』(흐름출판)의 주된 생각이다. 시를 쓰면, 예술을 하면 배를 곪는다는 속설과 정반대 입장이다.

황씨는 이렇게 외친다. “시인이 대상을 관찰해 얻은 정보를 바탕에 깔고 상상력을 발휘해 한 편의 시를 엮어 나가는 과정이 창조적인 경영 아이디어를 짜내는 과정과 흡사하니, 독자들이여 시를 읽어라. 그러면 돈이 된다.”

재미있는 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점이다. 황씨는 문정희·송찬호·정일근·안도현·박형준 등 현역 시인의 시 46편을 경영적 측면에서 들여다본다. 심지어 민초들의 생명력을 그린 김수영의 ‘풀’까지 인용한다. 시를 쓰는 것이나,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나 ‘아이디어 싸움’이란 큰 뿌리에선 차이가 없다고 주장한다.

황씨의 경력도 재미있다. 1986년 시조로, 90년에 시로 등단한 그는 문학과 경영학의 접목을 ‘전도’하는 문학연구원(www.moonkyung.com) 대표, 경기대 국문과 대우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황씨는 9일 “한 스포츠신문에서 기자로 일하던 2007년 기업체 CEO들을 인터뷰하다 마케팅 과정과 시 쓰기의 유사점을 발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 교육의 문제점도 얘기했다. “서정시인지 서사시인지, 내재율인지 외형률인지, 주제는 무엇인지 등 정해진 공식에 따라 시를 분류한 후 외우기 바쁘다 보니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황씨는 “시를 제대로 감상하면 일상 생활은 물론 기업 경영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는데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일례로 황씨는 “나희덕 시인의 시 ‘음계와 계단’과 최근 한 영국 기업이 개발한 ‘회전날개 없는 선풍기’는 똑같이 ‘직유상상력’이 발휘된 결과”라고 지적했다. 시에서 나씨는 ‘피아노’를 ‘검고 슬픈 짐승’으로 표현한다. 유사성 없는 두 대상을 갖다 붙이는 발상이 직유상상력이다. 선풍기에서 날개를 없앤 아이디어와 일맥 상통한다는 것이다. 시에서나 사업에서나 역시 중요한 건 발상의 전환인 셈이다.

신간에 대한 반응이 좋은 편이다. 출간 10일 남짓 만에 초판 3000부가 다 팔려 재판 인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는 2008년 『CEO 시를 알면 성공한다』(고요아침)도 냈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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