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빌리지… 일본 야마다촌을 찾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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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일본 도야마(富山)시에서 남서쪽으로 22㎞ 떨어진 야마다(山田)촌. 4백80가구 2천명의 주민이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는 전형적인 산골마을이다.

젊은이들은 대부분 대도시로 떠나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주민의 4분의 1이나 된다. 길이 좁고 꼬불꼬불해 마을 입구에서 중형버스로 갈아타지 않으면 마을까지 들어갈 수도 없다.

겉으로는 보잘 것 없는 이 한적한 마을이 바로 일본 유일의 'e-빌리지' 다. 일본 국토청이 4년 전 3억7천만엔을 들여 PC.TV전화.종합정보통신망(ISDN)을 무상으로 보급했다.

현재 PC 보급률은 95%. 어느 집에 들어가봐도 다다미방 한켠에 PC.프린터.TV전화 등이 갖춰져있다. 백발의 노인이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e-메일을 보내는 모습을 흔히 목격할 수 있다.

야마자키 후미코(山崎富美子.여.66)는 4년 전 PC를 배우기 시작해 지금은 매일 1시간30분 가량 PC를 사용하지 않으면 허전할 정도가 됐다. 주머니에는 늘 i모드형 휴대전화를 넣고 다닌다.

밭에서 일하다 잠시 쉬는 동안에도 e-메일을 체크한다. e-메일을 주고 받는 상대는 주로 마을 밖의 친척.친구들이다.

5백m 가량 떨어져 사는 다나카 노부쓰네(田中信恒.83)도 종종 야마자키와 TV전화로 담소를 즐긴다. 그는 1주일에 서너번 혈압기로 혈압을 측정해 결과를 PC 통신망을 통해 마을 보건소로 전송한다. 이상이 있으면 보건소에서 바로 e-메일로 연락해준다.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PC를 이용해 공부하고 있다. 6학년생의 경우 교사가 개인별로 과제를 내준 뒤 인터넷을 뒤져 해답을 찾게 하고 있다. 담임교사인 기타바야시 가즈오(北林和生.43)는 "PC와 친숙해진 뒤로는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으며 시야도 상당히 넓어졌다" 고 말했다.

야마다촌은 PC를 원격농업에도 활용하고 있다. 집에서 PC를 통해 논밭의 감시 카메라나 센서에서 전송돼 오는 데이터를 보고 물이나 농약의 양을 조절하기도 한다.

야마다촌의 정보화를 지원하고 있는 구라다 기계설계사무소의 구라다 이사오(倉田勇雄.48)사장은 "외출시에도 집안의 가전제품을 작동할 수 있는 원격조종 시스템을 내년부터 확대 보급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누구나 행정기관에 민원이나 의견을 e-메일로 보내거나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할 수 있다.

'야마다촌 정보화' 의 공식 명칭은 '지역정보교류 거점시설 정비 모델사업' 이다. 정보화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산간 벽지에 컴퓨터와 통신망을 들여와 '시범운영함으로써 장차 정보화 사회에 대비하는 모델로 삼는다는 취지로 '국토청이 추진하는 사업이다.

취재진과 견학자가 연간 1천여명씩 방문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1년 4월부터는 1백메가바이트급 광통신망을 각 가정에 설치할 계획이다. IT에 뒤져있다는 일본이지만 미래 정보화 사회에 대한 준비와 실험에서는 상당히 앞서가는 모습이다.

야마다 (도야마현)=남윤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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