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살' 메모에 국회파행이라…

국회가 상습적인 파행병에 걸린 모양이다. 예결위가 장재식(張在植)위원장의 우스꽝스러운 메모 한장 때문에 새해 예산 통과 시한을 넘기고 말았다.

張위원장은 일단 유감을 표명했으나 한나라당은 '진심어린 사과' 를 요구하며 회의에 불참하고 있다.

우리는 張위원장이 한나라당의 한 의원을 지목해 이상한 발언을 하면서 '박살' 내라고 메모를 보낸 사실을 두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이런 수준 이하의 행동이나 발언을 수차례 한 경력이 있는 의원에게 예결위원장이란 중책을 맡긴 민주당의 인력구조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그런 메모를 핑계로 위원장 사퇴를 조건으로 내걸어 새해 예산안 심의를 전면 거부하는 행태는 또 무엇인가.

위원장의 행동이 분수를 넘고 비정상적이면 사과를 요구하거나 국회법에 따른 징계 절차 등을 동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 심의 자체를 거부하고 국회 일정을 지연시킨다면 다른 꿍꿍이속이 있거나 아니면 국회를 며칠간 파행으로 몰아가는 것은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닌가.

'회의가 중단되더라도 의원을 박살내라' 는 메모나 그런 행동 때문에 회의를 중단시킨 행위나 참으로 난형난제(難兄難弟)다.

이것이 만일 체포동의 요구서가 와 있는 자기당 의원을 구명하기 위해 임시국회를 소집할 구실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 우리는 그야말로 동의할 수 없다.

도대체 이런 방식으로 국회법을 악용하고 법원의 재판을 무력화하려 한다면 이는 도무지 입법기관이랄 수가 없다.

한나라당은 지난번 공적자금의 심의를 위해 조건없이 등원함으로써 정치권의 파행과 무법에 지친 국민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받았다.

張위원장의 어설프고 수준 이하인 발상을 부각시키고 질책하는 데는 하루 이틀 정도의 국회 파행도 너무 과분하지 않은가.

한나라당이 왜 국회 일정을 볼모로 삼는 구차한 전술로 저질 국회의 책임을 함께 뒤집어쓰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