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승현씨 영장 내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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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검찰은 MCI코리아 진승현 부회장을 외자유치를 빙자한 '기업 인수 사기꾼' 으로 판단했다.

검찰이 3일 陳씨에 대해 청구한 구속영장에 따르면 陳씨는 실체가 없는 외국회사를 만들어 옛 아세아종금(현 한스종금)을 인수했다.

이어 한스종금에서 돈을 빼내 자신의 계열사에 편법 대출하는 등 사(私)금고처럼 이용했다는 것이다.

陳씨는 또 i리젠트그룹 짐 멜런 회장과 전 리젠트증권 사장 고창곤씨 등과 공모,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조작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외자유치 사기=陳씨가 아세아종금에 거액의 외화를 투자할 회사라고 내세웠던 스위스 프리밧방크 컨소시엄(SPBC)은 애초부터 자금력이 없는 유령회사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SPBC의 투자금인 8천만달러는 처음부터 근거가 없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아세아종금의 전 소유주인 대한방직은 아세아종금으로부터 차명으로 대출했던 1천2백50억원을 3년간 안갚아도 된다는 이면계약을 받아낸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금감원이 지난 5월 SPBC의 실체를 문제삼자, 陳씨는 "SPBC가 투자하지 못하면 이 돈을 사용하라" 며 증자 보증금으로 3백30억원을 한스종금에 맡겼다.

그러나 검찰 조사 결과 이 돈은 한스종금이 陳씨의 계열사인 현대창투에 빌려줬던 돈으로 밝혀졌다. 즉 한스종금으로부터 돈을 받아 다시 한스종금에 맡긴 셈이다.

또 陳씨는 지난 5월 현대창투가 경영위기에 처하자 한스종금에서 3백50억원을 무담보 대출해줬다.

다음달엔 역시 한스종금에서 이머징창투에 1백억원을 무담보 대출하는 등 사금고처럼 운영했다.

◇BIS비율 조작=陳씨가 한스종금을 인수한 뒤인 지난 6월 이 회사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은 -4%였다. 이는 퇴출대상에 해당한다.

陳씨는 이를 모면하기 위해 자신의 관계사를 동원, 한스종금이 가지고 있던 L사 주식 등을 실제보다 4~8배 높은 가격에 사들였다.

주당 3만원이던 L사 주식을 陳씨의 계열사는 11만원에 매입했다. 이같은 방법으로 한스종금은 주식매매에서만 모두 1천1백억원대의 이득을 봤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득을 본 것도 아니었다. 陳씨의 관계사들이 주식 매수자금으로 사용한 돈은 모두 한스종금이 무담보대출 형식으로 대출한 것이었다.

陳씨는 이런 방법으로 BIS비율이 11.06%인 것처럼 꾸며 관련자료를 금감원에 제출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 주가 조작=검찰은 陳씨의 영장에서 "리젠트증권의 주가조작은 멜런 i리젠트그룹 회장과 고창곤 전 리젠트증권 사장이 陳씨와 공모했다" 고 밝혔다.

"코리아온라인의 유상증자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이 회사의 주력회사인 리젠트증권의 주가를 올리는 시세조종 작업이 진행됐다" 는 것이 검찰의 수사 결과다.

멜런 회장은 陳씨에게 1천만달러 상당의 리젠트증권 주식을 사주면 두달 후 연리 15%의 이자를 붙여 되사주겠다고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陳씨는 이같은 멜런 회장의 약속을 믿고 자신의 계열사인 열린금고와 이머징창투 등을 통해 통정매매를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예컨대 열린금고 계좌를 통해 리젠트증권을 주당 2만3천원에 매도주문을 내는 동시에 이머징창투 계좌에서는 같은 가격으로 매수주문을 내는 등 주식이 활발하게 거래되는 것처럼 속였다는 것이다.

陳씨는 또 주가 조작을 위해 지난 10월부터 2주일 동안 3백3차례에 걸쳐 고가 매수주문을 내는 수법도 동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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