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에세이] 이태석 코네스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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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55면

경제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벤처기업인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고 있으며, 벤처기업의 주가도 추락하고 있다.

주가가 떨어지는 날이면 우리 회사에도 투자자들의 엄청난 항의전화가 온다.

회사 임직원들은 "우리 회사는 재무구조가 좋아지고 있으며 점진적인 경쟁력 확보로 주가가 오를 것이니 참고 지켜봐 달라" 고 말한다. 하지만 불안한 투자자들은 원론적인 설명에는 만족할 수 없다며 단기 대책을 요구한다.

지난해 12월 코스닥 등록 후 1년여 동안 주가에 대해 내가 느낀 교훈은 '눈이 내릴 때는 쓸지 말라' 는 것이다.

단기 처방이나 제휴. 신규사업 추진 등 주가 관리를 위한 발표들은 효과도 없을 뿐더러 기업의 경영활동에도 그리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코스닥에 등록한 뒤 우리 회사 주가는 액면가의 70배까지 오른 적이 있다. 이에 고무돼 연초 공격적이고도 '그럴듯한'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매출은 지난해 1백47억원에서 올해 4백10억원으로, 순이익은 4억원에서 40억원으로 늘리겠다고 투자자와 애널리스트에게 설명했다. 단기간에 상당한 성과를 이룰 것으로 자신했다.

하지만 올해가 거의 지난 지금 결과는 어떤가. 비록 지난해 대비 70%에 가까이 성장했지만, 목표치의 60%밖에 도달하지 못했다.

투자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시작했던 몇몇 사업은 수익을 내기 어려워 철수했다. 철수 과정에서 인력 재조정에 애를 먹었고 상당한 손실을 봤다.

지금 후회스러운 것은 단지 주가관리를 위해, 또 남에게 보이기 위해 그런 사업을 벌이지 않았더라면 이익이 더 많이 났을텐데 하는 것이다.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벤처에 대한 실망이 최고조에 달한 지금 벤처기업인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모든 사업에는 부침이 있으며 CEO도 시행착오와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는 것이다.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갖춘 사업체를 키우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리적인 시간이 필요하다.

2~3년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을 통해 사업의 모양새를 갖추더라도 새로운 기술의 등장, 경쟁자 출현, 시장의 변화 등 매출.순익을 위협하는 변수가 너무나 많다.

사업은 절대 복권처럼 한번에 대박을 터뜨리고 1년에 몇 백% 성장하는 경우가 없다. 오히려 단기간의 과도한 성장은 반드시 후유증을 동반하게 돼 있다.

우리는 지난 1년간 많은 경험을 했다. 나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나 사업 내용보다 주식가격이 주된 관심사였다.

한때 실제보다 높게 평가됐던 기업 가치가 지금 투자자와 기업, 사회 모두에게 고통을 주고 있다. 모진 반성을 해야 한다.

이태석(KONES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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