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 '할인'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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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일부 아파트 건설업체가 미분양 물량을 줄이기 위해 분양가를 내리거나 전세로 바꾸자 기존 입주민들이 반발, 곳곳에서 마찰이 일고 있다.

광주시내에선 42곳 아파트의 5천4백여가구가 최고 3년 이상 미분양 상태다.

이에 따라 자금난을 겪는 업체들이 분양촉진을 위해 분양가 무이자 융자나 할인, 전세 전환 등을 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기존 입주민들은 형평에 어긋나고 아파트 값 하락을 부채질해 손해를 입었다며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북구 용봉동 S아파트는 총 3백91가구 중 미분양 1백73가구를 재분양하면서 가격을 2년 전 처음 분양 때보다 평균 13%(8백50만~1천8백만원) 내렸다.

주민들은 재분양을 받아 이사오는 사람들을 아파트 입구에서 막고 이삿짐이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이때문에 새로 분양받은 사람 중 일부가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서구 풍암동 H아파트 주민들은 지난 9월부터 24평형 6백28가구 중 미분양 2백가구를 전세로 바꾸려는 회사 측에 맞서 천막 농성을 하고 있다.

전세 계약자 대부분이 이사 방해와 이웃간 불화를 우려해 계약을 취소했고, 회사 측은 주민들을 상대로 업무방해행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투자금을 긴급히 회수해야 하는 실정이다" 고 말했다. 서구 유촌동 상무버들마을 J아파트 2단지 주민들도 최근 3차례 시위를 벌였다.

회사측이 일반분양이었던 인접 1단지를 지난 4월 임대로 전환, 2단지가 이미지 하락 등으로 재산상 피해를 봤다는 주장이다.

한편 풍암지구 N.K아파트 등은 기존 입주민들의 반발을 우려, 분양가를 명시적으로 할인하지 않는 대신 무이자 융자(분양가 50%를 2년간)나 선납 할인 등을 통해 10%를 깎아주고 있다.

천창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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