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수 판화전 '이렇게 좋은날' 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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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목판화가 이철수(46)씨가 5년 만에 여는 개인전 '이렇게 좋은 날' 이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서울 인사동 학고재(02-739-4937).사간동 아트스페이스서울(02-720-1524)

▶부산 부전동 공간화랑(051-803-4103)

▶대구 봉산동 예술마당솔(053-427-8141)

▶전주 금암동 전북학생종합회관(063-273-4823)

▶청주 사창동 무심갤러리(043-268-0070). 이번 전시는 16일까지 열린다.

충북 제천 천등산 박달재 밑에서 논밭 3천평을 갈아 15년째 먹고 사는 '겸업작가' 이철수. 그가 담백한 선으로 새겨낸 판화들은 쉽고 서정적이면서도 선적인 깨달음을 담고 있다.

농삿일, 계절의 변화, 가족과 이웃 등에 대한 따스한 성찰의 시선이 느껴진다. 자신이 표지화를 만든 법정 스님의 에세이집 '무소유' '산에는 꽃이 피네' 와 같은 분위기다.

판화에는 짤막한 글들이 붙어있다.

흐릿한 길을 가는 사람을 그려놓은 작품 '길' 에는 '당신이 그렇게 걷고 또/걸으면/언젠가 사람들이/길이라고 부르겠지' 라고 씌어 있다.

힘들게 옳은 길을 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응원, 혹은 자신의 선택에 대한 스스로의 다짐처럼 보인다.

아내의 뒷모습을 새겨놓은 '등뒤에서' 는 '앓고난 아내가/머리 묶고 일어나 앉았다/조용하다/무얼 보시는가?/묻지 못했다' 고 적고 있다. 성실한 살붙이에게 느끼는 무언의 숙연함이 배어나온다.

작가는 "내 판화는 세상과 나를 잇는 '이야기 통로' 이기 때문에 쉽게 그리는 것" 이라며 "삶속에서 상처 입은 도시인들에게 위안이 되길 바란다" 고 말한다.

전시장을 찾은 관객들의 표정이 작품을 보아나가면서 점점 평화로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는, 흔치 않은 전시회다.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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