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시민축제 자리잡은 하프마라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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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다소 쌀쌀한 날씨도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지 못했다.

출발(오전 11시) 두시간 전부터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으로 향하는 시민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더니 한시간을 남겨 두고는 운동장 주변이 인파로 넘쳐 '잔치' 기분을 실감케 했다.

레이스 참가를 위해 열심히 땀을 흘리며 몸을 푸는 노인에서부터 응원나온 아이들의 "아빠 잘 뛰어" 라는 귀여운 외침까지 곳곳에서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여기에 한마음으로 뭉쳐 불황을 떨치려는 직장인들의 뜨거운 함성은 출발 포성이 울리기 전부터 시민축제의 한 장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만7천1백23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2회 중앙일보 서울하프마라톤대회. 지난해 1회 대회에 비해 무려 4천여명이나 많은 인원이 참가, 국내 마라톤 대회 역사상 최대 규모로 거듭난 이번 대회는 마라톤을 진정한 시민축제의 전형으로 승화했다.

출발을 알리는 총성과 함께 잠실대로를 달리는 시민들의 행렬은 뉴욕과 런던 마라톤 대회에 버금가는 장관을 연출, 건강한 사회를 바라는 시민들의 의지를 엿보였다.

연도에서 레이서들을 향해 보내는 시민들의 박수 소리 또한 지난해에 비해 힘찼다.

지난해와 달리 골인 지점에서 보이는 무질서한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고, 완주자들에게 보내는 뜨거운 박수 또한 잠실벌을 가득 메웠다.

또 참가자들을 기다리는 가족들을 위해 마련된 연예인들의 공연 또한 시민 축제의 분위기가 무르익는데 한몫 했다.

참가자들은 힘든 표정을 지으면서도 "내년에 또 보자" 며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고, 각자의 쓰레기 또한 깔끔하게 치워 귀가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은 '풀뿌리 마라톤' 시민축제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철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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