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박목월 '이별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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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박목월(1916~1978) '이별가' 중

이 바람 센날 어디선가 "뭐락카노…" 라 하는 서라벌 사투리가 들려온다.

키가 큰 청노루 눈빛의 시인이 이승과 저승을 끼고 흐르는 강언덕에서 부르는 이별가가 바람타고 와서 자꾸 목에 잠긴다.

저기 떠나는 이의 흰옷자락에 매달려서 썩은 동아밧줄같은 인연을 붙잡고 밑도 끝도 없이 "뭐락카노" 라 한다.

뜻을 헤아려 무엇하랴, 그저 입속으로 뇌어 보면 슬픔이 뜨겁게 치받쳐오는 것을.

이근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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