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락카노, 저편 강기슭에서
니 뭐락카노, 바람에 불려서
이승 아니믄 저승으로 떠나는 뱃머리에서
나의 목소리도 바람에 날려서
뭐락카노 뭐락카노
썩어서 동아밧줄은 삭아 내리는데
하직을 말자 하직 말자
인연은 갈밭을 건너는 바람
뭐락카노 뭐락카노 뭐락카노
니 흰옷자라기만 펄럭거리고….
오냐. 오냐. 오냐.
이승 아니믄 저승에서라도….
- 박목월(1916~1978) '이별가' 중
이 바람 센날 어디선가 "뭐락카노…" 라 하는 서라벌 사투리가 들려온다.
키가 큰 청노루 눈빛의 시인이 이승과 저승을 끼고 흐르는 강언덕에서 부르는 이별가가 바람타고 와서 자꾸 목에 잠긴다.
저기 떠나는 이의 흰옷자락에 매달려서 썩은 동아밧줄같은 인연을 붙잡고 밑도 끝도 없이 "뭐락카노" 라 한다.
뜻을 헤아려 무엇하랴, 그저 입속으로 뇌어 보면 슬픔이 뜨겁게 치받쳐오는 것을.
이근배 <시인>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