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모바일 선거 시대 도래 … 부작용 대책도 세워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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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오늘부터 광역단체장과 시·도교육감의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기초단체장과 시·구의원은 19일부터, 군수와 군의원은 3월 21일부터 예비후보등록이 가능하다. 6월 2일 선거일까지 120일간의 지방선거 레이스가 시작된 것이다. 출마 희망자가 예비후보에 등록하면 바로 ▶선거사무소 개설 ▶5명 이내의 유급사무원 선임 ▶홍보물 발송 ▶명함배포 등을 할 수 있다.

지난달 개정된 공직선거법은 특히 “말과 발은 풀자” “정치 신인(新人)이 자신을 알릴 기회를 늘리자”는 원칙에 따라 예비후보들의 선거운동 수단을 크게 확대했다. 우선 컴퓨터를 이용한 휴대전화 집단 문자메시지 발송이 5차례 허용된다. 20인 이내가 대상인 경우는 문자 발송이 무제한이라 사실상 모바일을 통한 홍보와 지지 호소가 선거운동의 주 무기가 될 전망이다. 홈페이지, e-메일 선거운동은 이미 허용돼 있다. 그간 금지됐던 후보의 전화 지지 호소까지 도입됐다.

바야흐로 새로운 정보기술을 활용한 모바일 선거운동시대가 활짝 열리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모바일·트위터(단문메시지 송수신 서비스) 정당을 선언하며 인터넷 파워블로거의 양성과 모바일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한나라당도 당직자, 지지자들의 스마트폰 사용과 트위터 가입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1960∼1980년대 장충단·여의도광장의 스피커 유세에서 시작해 1997년 후보자 상호 TV토론, 2002년 노무현 후보의 인터넷 선거,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의 모바일 폰 투표에 이어 선거문화의 새 변곡점(變曲點)을 맞는 것이다.

유권자와 후보 간의 소통을 극대화해야 하고, 첨단 미디어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이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트위터 활용 선거운동 이후 미국의 50명 주지사 중 32명이 트위터를 활용 중이라고 한다. 미 의회의 공화당 의원 101명, 민주당 의원 57명이 최근까지 트위터에 등록해 자신의 메시지를 실시간으로 유권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트위터, 스마트폰 등의 ‘실시간’ ‘모바일’이란 특성을 잘 살릴 경우 후보와 정책, 유권자 사이의 긴밀한 쌍방향 소통 증진을 기대해 봄직하다.

문제는 모바일 선거운동에 스며들 각종 탈·편법의 관리 역량이다. 전화를 통한 허위사실 유포, 상대 비방·흑색선전 등에 대해서는 선관위 측도 “걸러낼 뾰족한 묘수가 없다”고 한다. 문자메시지도 고발이 들어올 경우에나 단속 가능할 뿐이다. 트위터 등 첨단 매체를 관리할 구체적인 규정도 미비한 상태다. 선관위의 사이버부정감시단 10명(중앙), 30명 이내(광역 시·도별) 인력으로 1만5000명의 예상 후보자를 감시한다는 것도 힘에 부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선거운동에 기는 선거관리’란 우려까지 나온다.

선관위의 감시·관리 역량부터 대폭 강화돼야 한다. 꼼꼼히 제반 규정도 정비해야 할 것이다. 투표율 제고를 위해 백화점 등 다중(多衆) 장소에 터치스크린 투표소 안이 검토되는 등 ‘모바일 선거’는 갈수록 대세가 될 수밖에 없다. 이번 선거를 혼란과 타락 없이 잘 치러야 그런 미래로 나아가는 도약대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