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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버스·보잉 "초대형 민항기 시장 잡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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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초대형 민항기 시장을 놓고 세계 양대 항공기 제작회사인 보잉과 에어버스사가 경쟁하고 있다.30여년동안 세계 항공기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해온 보잉에 맞서 에어버스가 사상 최대의 민항기 모델인 A3XX(5백55인승)개발에 본격 나서면서 두회사 간 ‘공중전’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싱가포르 에어라인이 지난달 A3XX 25대를 구입하기로 결정,에어버스를 고무시키자 이에 질세라 보잉이 에어 프랑스에 777 25대 판매를 성사시켰다.

에어버스는 2005년에 출시할 A3XX 모델을 시작으로 보잉의 아성에 본격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그동안 초대형 항공기 시장에 관심이 적었던 보잉도 보잉 747X 확장 모델(4백73인승)개발에 착수했다.이 모델은 보잉이 만드는 것 중 가장 큰 여객기다.

◇ 초대형 시장 선점 노리는 에어버스〓에어버스는 1980년대 초부터 탑승객수.순항거리 등에서 보잉의 점보기를 압도할 초대형 항공기 제작 방침을 세우고 본사 및 생산본부가 있는 프랑스 남부 뚤루즈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에어버스는 A3XX 개발에 사운을 걸고 있다. 세계적으로 승객.화물의 수송량이 급증하면서 항공사들이 보다 크고 장거리 운항을 할 수 있는 비행기를 원하기 때문.

7백여명의 항공 전문엔지니어를 투입해 96년부터 개발에 착수한 A3XX는 민항기 사상 처음으로 2층 전층 객실 개념을 도입했다.

이 기종은 지금까지 최대 기종인 보잉 747-400(4백13인승)보다 승객을 35% 정도 많이 태울 수 있고, 짐도 최대 1백50t까지 실을 수 있으며, 항속 거리는 1만5천1백㎞을 논스톱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에어버스는 이미 싱가포르항공.에미레이트항공.에어프랑스 등으로부터 모두 32대의 A3XX를 주문받았다.

에어버스는 이같은 주문에 자신감을 얻어 그동안 비밀에 부쳐온 A3XX의 내부를 최근 아시아 지역 기자단에게 처음 공개했다.

2층 버스를 연상시키는 객실은 아래 위층에 각각 1등석.2등석.3등석을 똑같이 배치했다.

특히 항공기 전방에 배치한 1등석에는 호텔 바와 비슷한 원형 바와 회전하는 좌석, 장거리 승객을 고려한 샤워장을 따로 마련했다.

밥 렌지 대형 항공기 마케팅 담당 이사는 "아래층 객실에는 기내 카지노.대형 스크린 영화관 등 오락시설과 면세점을 배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본사에서 차량으로 10여분 거리인 A330.A340 항공기 조립 생산 공장도 A3XX에 대한 최종 설계 직후 바로 양산에 들어갈 수 있도록 설비를 갖췄다.

이 조립 공장은 전체 크기가 6만4천㎡로 단일 조립공장으로는 세계에서 두번째다.

특히 이 공장은 92년 세계 처음으로 항공기 제작에 로봇 공정 시스템을 도입, 중요 작업을 로봇을 투입해 자동으로 처리한다.

숀 리 아시아.태평양 지역담당 이사는 "부품 재고를 최소화하기 위해 항공기 제작 주문이 들어오자마자 영국.독일 등 유럽 전역에서 부품을 항공기로 반나절 안에 조달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에어버스는 이와 함께 A340-500(3백13인승), A340-600(3백80인승)모델 등 A3XX 개발 이전에 보잉과 대응할 모델도 1~2년 안에 취항시킬 계획이다.

에어버스는 특히 앞으로 20년 동안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할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장을 공략하는데 관심을 갖고 있다.

아담 브라운 아시아 시장 예측담당 부사장은 "향후 20년 안에 아태지역에서 3백~4백인승 항공기 수요는 1천대에 이를 것이며 한국에서도 70대 이상의 신규 수요가 예상된다" 고 말했다.

◇ 시장 방어에 나선 보잉〓보잉은 747 기종이 지난 30여년 동안 운항해온 유일한 4백인승 이상의 초대형 상용 여객기라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비행기 제작 노하우와 설계기술, 첨단 통신기술 등을 다른 제작회사들이 따라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에어버스의 A3XX기를 운용하려면 승객 이동로 등 공항시설을 새로 만들어야 하지만, 747기는 기존 시설을 그대로 이용하면서도 많은 승객과 화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잉 아태지역 관리담당 이사인 마크 후퍼씨는 "우주통신 시설을 새로 개발하는 비행기에 접목, 항공운항 회사에 종합 서비스를 하고 있다" 면서 "에어버스 본사가 있는 프랑스의 에어프랑스가 보잉 777 기종 25대를 구입한 것을 보면 보잉 제품이 얼마나 우수한 지를 알 수 있다" 고 말했다.

보잉은 A3XX에 대항해 747-400을 개량한 747X와 이보다 더 큰 747X 스트렛치 모델을 개발 중이다. 보잉측은 747X가 A3XX보다 소음이 작고 연료 소비도 12%나 적으며 항속거리가 길다고 주장했다.

보잉은 특히 많은 항공사들이 최신 기종인 보잉 747-400을 운항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비행기인 747X를 구매하더라도 두 기종이 비슷한 부분이 많아 조종사를 상대로 한 추가교육 과정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후퍼이사는 "앞으로 모든 승객들이 자신들의 언어로 뉴스.영화를 보고 인터넷을 할 수 있는 등 승객들이 가장 편하게 탈 수 있는 항공기를 개발'할 것" 이라며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첨단 항공기를 개발'해 초대형 항공기 시장을 지켜나가겠다" 고 강조했다.

프랑스 뚤르주=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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