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가쟁명:유주열] 마오쩌둥과 앤디워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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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가면 가장 많이 만나는 초상이 있다. 전 중국 국가주석 마오쩌둥(毛澤東)의 초상이다. 중국돈(인민폐)의 가장 큰 단위인 100위안을 위시해서 모든 지폐의 초상에는 마오 전 국가주석이 들어 있다. 과거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등의 초상화도 사용되었지만 1999년부터 발행된 지폐는 마오 초상 뿐이다.
중국을 상징하는 國章이 걸려 있는 천안문의 정문에는 거대한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천안문의 마오 초상화는 신중국 수립초기에는 팔각모자를 쓴 모습이었는데 1969년부터 지금의 모습으로 고정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수 많은 화가가 그려 오다가 1977년부터는 거 시아오광(葛小光)화백이 그리고 있다. 초상화의 수명은 일년이므로 거화백은 30년이상 매년 같은 초상을 그려 온 셈이다. 10.1. 국경절 직전에 새 초상화를 완성하여 교체하므로 매년 국경절 때 보는 마오의 초상이 가장 새로운 초상화가 된다. 거화백은 해마다 동일한 초상을 그리지만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미하여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그린다고 한다.
천안문의 경비가 심해 마오의 초상화에 접근하기 쉽지 않다. 마오 초상화가 더럽혀진 때가 꼭 한번 있었다고 한다. 1989년 6.4. 천안문사태 때였다. 멀리 후난성에서 올라온 초등학교 교사등 세사람이 마오의 초상화에 페인트를 뿌리고 “개인 우상화는 종식되어야 한다”는 현수막을 내 걸었다고 한다. 물론 그들은 중형을 받아 감옥에서 복역하기도 하였다.
미국의 팝 아트 제왕인 앤디워홀이 마오쩌둥의 사진을 이용 실크 스크린으로 제작한 "마오(Mao)"라는 초상화가 유명하다. 평소 애정을 가졌던 인물의 초상화를 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앤디워홀이 처음 마오의 초상을 제작한 것은 1972년 2월 닉슨의 중국방문 때였다. 그 후 시리즈로 마오의 초상을 제작했다.
앤디워홀이 마오를 좋아한 것은 마오가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나 어려운 여건 속에서 성공하여 중국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위대한 사람으로 봤기 때문이다. 마릴린 먼로, 마이클 잭슨등 대중이 좋아하는 슈퍼스타의 아이콘도 제작해 온 앤디워홀은 중국인의 존경을 받고 있는 마오도 누구나 좋아할 슈퍼스타로 본 것같다. 닉슨의 방중으로 竹의 장막 밖으로 나오게 된 마오는 서양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도 인기가 있었다. 특히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여 성공한 미국 젊은이들의 정신적 우상이었다. 세계 헤비급 권투 선수였던 마이클 타이슨의 마오 사랑은 유명하다. 그는 오른 팔에 마오의 문신을 새기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존경하는 마오의 힘으로 상대를 때려 눕혔는지 모른다.
앤디워홀이 제작한 마오 초상화 연작의 얼굴색이 모두 다르다. 마치 중국의 전통극 京劇의 얼굴분장(瞼譜)을 보는 것 같다. 경극에서는 얼굴의 색깔로 등장인물의 성격을 나타낸다. 앤디워홀의 마오는 붉고, 푸르고, 검고, 노랗고, 흰색등의 얼굴이다. 이는 경극에서 충성, 오만, 지혜, 흉악, 교활등의 의미가 있다. 앤디워홀은 마오를 좋아하면서도 문화 대혁명등으로 마오에 대한 애증과 공과가 교차하는 마오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그의 얼굴로 표현한 것 처럼 보인다.
앤디워홀은 미국의 자본주의나 대중문화가 가지는 대량소비, 비인간성, 진부함 그리고 공허함을 느끼고 닉슨의 방중에 맞추어 마오의 초상화를 제작함으로써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리려고 했는지 모른다.
은색의 가발과 깡마른 얼굴의 자화상으로 유명한 앤디워홀은 미국 피츠버그의 동유럽 슬로바키아 이민 출신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 났다. 탄광 광부였던 아버지를 일찍 여의었지만 어머니 줄리아의 사랑과 격려로 광고디자인을 공부하여 성공하였다. 그후 그는 반복과 복제의 기법을 통해 팝 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 현대미술의 파라다임을 바꾼 아티스트다. 그는 자신의 제작실(factory)에서 급진파 패미니스트에 의해 총격을 받아 구사일생 살아나긴 했지만 여생을 후유증으로 고생하다가 결국 담낭수술후의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1987년 그가 58세였을 때다.

유주열 전 베이징총영사=yuzuyoul@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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