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 경제] 캘리포니아 와인, 칠레·호주산에 KO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7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소노마밸리의 와인 농가는 유명한 부자들이다. 포도 농사 하나로 엄청난 부를 쥔 사람이 많다. 품질 좋은 캘리포니아산 와인은 경기를 타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 이들에게 큰 부를 안겨 줬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산 와인의 출하량이 전년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캘리포니아산 와인 출하량이 16년 만에 감소했다. 폭은 4%나 된다. 12병들이 와인 상자로 치면 무려 400만 개, 곧 4800만 병이 줄었다. 미국 와인산업 컨설턴트인 존 프레드릭슨은 “지난해는 지금까지 본 중 최악의 해”라고 평했다. 그렇다고 미국인들이 와인을 덜 마신 건 아니다. 지난해 미국 전체 와인 소비량은 2.1% 늘었다. 얇아진 호주머니 사정 때문에 비싼 캘리포니아산보다 싼 수입산을 많이 마신 것이다. 캘리포니아 와인을 밀어낸 건 아르헨티나·칠레·호주 와인이다. 미국의 와인 수입은 전년보다 무려 87%나 급증했다. 미국 시장에서 수입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32%로 높아졌다. 고급 식당에 손님이 줄어든 것도 나파밸리 위기를 불러온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경기 침체로 외식을 자제하면서 지난해 미국 전체 식당에서 팔린 와인은 전년보다 10% 넘게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한애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