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기대 너무 컸나 … 신중론 고개 들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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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관심은 끈다(interesting). 하지만 획기적(breakthrough)이진 못하다.’

전 세계를 흥분시킨 미국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iPad)’에 대한 국내외 반응 중에 신중론이 만만찮다. 주식시장이 우선 그랬다. 25일(현지시간) 200달러를 넘어서며 상승세를 이어간 애플의 주가는 아이패드가 공개된 27일 207.88달러를 기록했다가 이튿날 199.29달러로 4.1% 급락했다. 미 다우존스지수가 이날 1.1% 떨어진 것에 비해 큰 폭이었다.

이에 대해 증권시장에서는 ‘아이패드가 기대한 만큼 획기적 제품이 아닐 수 있다’는 평가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하나대투증권의 권성률 IT팀장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의 중간적 성격이라는데 기존 소비자들이 어느 하나를 버리고 아이패드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우 신영증권 IT팀장은 “그동안 애플이 보여온 독특한 디자인을 아이패드에서는 찾기 힘들었다”고 평했다.

외신도 발표일의 흥분을 가라앉히는 분위기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IT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아이패드가 좋은 제품인 건 분명하지만 IT 시장의 ‘획기적’ 기기가 될 것 같지 않다”고 보도했다. 미 시장조사업체 NPD그룹은 “아이패드가 소형에다 가격이 예상보다 싸게 책정된 것은 ‘관심을 끄는’ 일이지만 IT 시장을 뒤흔들 정도는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아이패드의 카메라 기능이 부족하고 다목적 정보기기라고 하기엔 약점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승우 팀장은 “유선인터넷 지원이 안 돼 인터넷을 할 때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권성률 팀장은 “아이폰은 늘 휴대해야 한다는 점에서 히트했지만 아이패드는 e-북(전자책) 시장에서의 비교우위 외에 스마트폰이나 넷북을 대체할 만한 장점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이패드를 소개하면서 TV·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와 미디어 시장에 두루 쓰일 만한 기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물론 비관 일색은 아니다. CNN머니닷컴에 따르면 파이퍼 제프레이라는 투자자문사의 IT 분석가 진 먼스터는 “아이패드는 매우 훌륭한 제품이다. 올해 350만 대가량 팔릴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애플의 올해 판매목표는 400만 대다. 익명을 원한 국내 IT업계 관계자는 “아이팟과 아이폰 공개 때도 기대감이 워낙 큰 탓인지 주가가 단기적으로 떨어졌다. 아이패드의 흥행 여부도 시간을 좀 두고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애플은 아이패드라는 브랜드명을 놓고 일본 후지쓰와 상표권 분쟁을 겪을 판이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이번 태블릿 PC를 아이패드로 명명했지만 후지쓰는 일찍이 2003년 이 회사의 소형 컴퓨터 기기에 같은 이름을 쓰겠다며 미 특허청에 상표등록을 추진해 왔다.

미 특허청은 매그텍이라는 또 다른 업체가 비밀번호 입력 키패드에 동명을 붙여 출원했다는 이유를 들어 결정을 미뤄왔다. 아이패드라는 이름은 독일 지멘스의 엔진과 캐나다산 브래지어 등에도 쓰인다. 애플은 ‘후지쓰의 아이패드 상표 독점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이의신청을 다음 달 안으로 법원에 낼 예정이다.

문병주·김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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