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영화] EBS '아파트 열쇠를 빌려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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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 미국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

'7년만의 외출' (1955년) '하오의 연정' (57년) '뜨거운 것이 좋아' (59년)등을 연출했던 빌리 와일더 감독의 60년작. 와일더 감독이 이전 작품에서 보여준 비평적 경지가 더욱 신랄하게 빛을 발하는 블랙 코미디다.

뉴욕의 보험회사 직원인 버드는 소심하지만 성실한 젊은이.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그런데 회사 간부들의 협박과 회유에 번번이 자신의 아파트를 밀애 장소로 빌려준다.

버드는 대가로 받은 뮤지컬 티켓으로 엘리베이터 안내원 프랜에게 데이트를 신청하지만 거절당한다. 그러던 어느날 자신의 아파트를 이용하는 인사과장이 프랜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루한 보험업무와 사무실의 관료적인 위계질서, 조직의 부품에 불과한 개인, 성적 유희 등은 이 작품이 단순한 코미디에 머물지 않게 하는 이유다.

오스트리아 태생인 와일드 감독은 독일에서 기자 생활을 하면서 각본을 쓰기 시작했다. 이렇게 만든 첫 작품이 '일요일의 삶들' (29년). 이후 유대인이었던 그는 나치를 피해 미국으로 건너간다.

산뜻한 코미디인 '다수와 소수' (42년)로 인상적인 데뷔를 한 후 위트있는 전쟁드라마 '카이로로 가는 5개의 무덤' (43년)으로 흥행감독의 입지를 굳혔다.

61년 아카데미 작품.감독상 등 5개부문 수상작. 원제 The Apartment. 주연 잭 레몬.셜리 맥클레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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