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식 닛산 개혁 일본업계 평가 갈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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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도쿄〓남윤호 특파원] 닛산자동차의 혹독한 구조조정 결과를 놓고 일본 자동차업계에서 '알찬 결실' 이라는 칭찬과 '반짝 효과' 라는 폄하가 엇갈리고 있다.

닛산자동차는 지난해 프랑스 르노자동차에서 파견한 카를로스 곤 사장의 지휘 아래 혹독한 구조조정을 실시, 1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났다.

2000회계연도의 당기 순이익이 2천5백억엔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닛산은 2003년까지 하청회사를 1천1백54개에서 6백개로 축소하고 2002년까지 전세계 직원의 14%인 2만1천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미쓰비시(三菱)자동차는 1일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기 위해 기업개편팀을 설치키로 했다.

기존의 조직에서 벗어난 일종의 태스크 포스를 만들어 기업의 전반적인 구조조정에 착수하겠다는 뜻이다. 기업개편팀은 닛산과 비슷하게 공장폐쇄.인원감축.경비삭감 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다.

닛산의 카를로스 곤 사장이 사용했던 방식을 그대로 본뜬 것이다.

미쓰비시의 이같은 방침은 차량결함 은폐사건 이후 판매가 부진하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업계 1위인 도요타자동차는 닛산의 구조조정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쿠다 히로시(奧田碩)회장은 닛산의 적자 탈출을 놓고 "단기적인 V자형의 회복일 뿐" 이라고 평했다.

그는 또 "닛산의 도약은 극에 달한 경비삭감 덕분" 이라고 지적하고 "일본인 경영자는 종업원들과 하청업자들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그처럼 냉혹한 구조조정을 하기 어렵다" 고 덧붙였다.

그는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경제론' 을 강조하는 경영인이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닛산의 극적인 경영회복을 계기로 서구식 구조조정이 다시 붐을 이룰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오쿠다 회장의 주장은 도요타처럼 여유있는 기업의 한가로운 논리이며, 당장 생존이 급한 기업은 역시 구조조정 밖에 없다는 쪽으로 여론이 기울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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