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대선 Q&A] 선거인단을 똑같이 나누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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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Q:미 대선에서 후보들이 선거인단(현재는 5백38명)을 똑같이 나눠 가지면 어떻게 되나.

A:미국 역사상 그런 경우는 딱 한번 있었다.

1800년 선거 때 5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토머스 제퍼슨과 아론 버르가 73표씩을 얻었다. 그래서 결정권이 하원으로 넘어갔으나 하원조차 정치적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얽혀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이 정치적으로 타협, 제퍼슨이 대통령이 됐다.

미국은 이같은 정치적 거래의 재발을 막으려고 1804년 헌법을 수정, 선거인단 과반수를 확보한 후보가 없으면 하원이 상위 3명의 후보를 놓고 투표하도록 했다. 이때 하원의원 한 사람이 한 표를 행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주가 한 표를 갖는다. 하지만 민주.공화당의 구도가 완성된 이후엔 두 후보가 선거인단 동수를 얻은 경우가 없다.

또 1900년 이후 25번의 대통령 선거가 있었는데 '공화.민주당이 아닌 '제3당 후보가 선거인단을 한명 이상 확보한 것은 네번밖에 없다.

1912년 시어도어 루스벨트 후보가 혁신당으로 나와 공화당 윌리엄 태프트 후보를 제치고 88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던 게 최고다.

이론적으로는 이번 선거에서 고어와 부시가 선거인단 동수를 얻으면 하원에서 결선투표를 한다.

하원에서마저 동수가 돼 대통령을 가리지 못하면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상원에서 선출하는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대신하게 된다. 상원의 부통령 선거에서도 동수가 되면 그 다음 대통령직 승계서열인 하원의장이 대통령 업무를 본다.

역사상 두 후보가 선거인단 확보전에서 가장 치열한 기록을 남긴 것은 1876년 선거였다. 공화당의 러더퍼드 헤이스 후보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1백85표를 얻어 새뮤얼 틸든 민주당 후보를 한 표 차로 따돌리고 백악관 주인공이 됐다.

워싱턴〓김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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