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사랑을 길러(?) 올려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9면

“지진 피해로 고통받는 아이티에 전 세계의 온정이 모여 사랑을 길러 올리고 있다” “옛날에는 대부분 우물에 두레박줄을 늘어뜨려 물을 길렀다” 등처럼 ‘길러’ 또는 ‘길렀다’는 표현을 많이 쓴다.

그러나 우물이나 샘 등에서 두레박이나 바가지 등으로 물을 떠내는 의미를 나타낼 때는 “물을 길어다 먹는다” “아낙들이 우물에서 물을 길었다” 등과 같이 ‘길어’와 ‘길었다’로 표기해야 한다. ‘길다’‘기르다’ 등을 기본형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긷다’가 기본형이다.

‘긷다’는 ㄷ불규칙 용언이다. ㄷ불규칙 용언은 뒤에 모음으로 시작하는 말과 결합할 때 어간(긷-)의 ㄷ이 ㄹ로 바뀐다. 따라서 ‘긷다’는 ‘길어/길어다/길으면/길으니/길었다’ 등과 같이 활용된다. 따라서 ‘사랑을 길러 올리다’는 ‘사랑을 길어 올리다’고 해야 한다.

‘싣다’ ‘걷다’ ‘붇다’ ‘묻다’ 등도 ‘긷다’와 같이 ㄷ불규칙 용언이다. ‘실어/실으면’ ‘걸어서/걸으니’ ‘불어/불으면’ ‘물어/물으니’ 등처럼 활용된다.

김현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