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벤처사업 '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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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주가 하락 등으로 벤처기업이 어려움을 겪자 하반기 들어 대기업의 벤처 사업도 위축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자본금 50억원인 계열사 오토에버닷컴을 통해 올 초부터 추진해온 인터넷 차량 판매를 최근 포기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터넷을 통한 차량 판매가 전체의 1%도 안되고 전망도 불투명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전자상거래 관련 사내조직을 분사해 벤처기업으로 키우고 본사는 지주회사화하겠다는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던 삼성물산도 하반기 이후 분사를 중단했다.

삼성물산은 상반기에 의료전문 포털인 케어캠프 등 4개사를 분사했는데, 9~10월 중으로 계획했던 수산물 유통 기업간 전자상거래(B2B)회사인 피시라운드 등 4개사의 분사는 하지 않았다.

이 회사 김신 이사는 "미국 나스닥과 코스닥 시장의 사정이 나빠지면서 투자유치가 잘 안되고 전자상거래 사업의 수익모델이 빈약해 사업에 참여하기로 했던 다른 제조업체들이 소극적으로 바뀌어 사업계획을 다시 정리하고 있다" 고 말했다.

올들어 7개팀을 분사한 삼성전자도 하반기에는 분사 계획이 없다.

이와 함께 대기업이 회사 밖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것도 주춤해졌다.

삼성물산 벤처 투자팀인 골든게이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30여개 기업에 투자해왔다. 그러나 올 하반기에는 3~4곳의 투자에 그쳤다.

코오롱은 지난 4월 창업투자사인 I-퍼시픽 파트너스를 설립하며 전자상거래 업체 등 20여곳에 투자했으나 하반기에는 실적이 거의 없다.

삼성전자도 올해 1천6백억원을 투자하기로 계획했는데 상반기까지 9백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7백억원이 남았는데 마땅히 투자할 곳이 없다" 고 말했다.

현대전자는 올해 벤처투자 계획(3백억원)의 10%인 30억원을, LG상사는 목표(2백억원)의 42.7%인 85억4천만원을 지금까지 회사 안팎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현대 관계자는 "벤처기업의 환경이 나빠지면서 벤처 투자에 신중을 기하기로 방침을 세웠다" 며 "내년에는 벤처투자 금액이 더 줄어들 것" 이라고 말했다.

이용택.양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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