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신안 입법예고 … 거칠어진 정치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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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정부가 27일 ‘행정중심도시 특별법 개정안’ 등 5개의 세종시 신안 관련 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미 국회에 제출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안’까지 포함하면 세종시 신안은 모두 6개 법안으로 구성된다. 법안은 20일간의 의견 수렴 기간과 차관회의·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쳐 국회로 이송되는 절차를 밟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전날 “세종시 관련 법안의 국회 제출 시기는 3월 초에 하는 게 타당하다”고 말했다. 2월 국회에선 세종시 신안을 둘러싼 충돌을 최소화하고 민생법안 처리에 주력하겠다는 의미다. 정부도 여당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세종시 신안은 3월 초 국회에 제출돼 4월 국회에서 심의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치권 분위기는 벌써 거칠어지고 있다.

이날 충북 청주에선 한나라당과 자유선진당의 대결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청주 선프라자에서 1500여 명의 당원이 모인 가운데 ‘충북도당 국정보고대회’를 열고 세를 과시했다. 다만 지역 여론을 의식한 듯 당 지도부는 직접적으로 세종시 관련 언급을 하진 않았다. 안 원내대표는 “지난번 대선 경선 때 치열하게 이명박·박근혜 후보가 싸웠지만 경선이 끝나고 단합해 10년 만에 좌파로부터 정권을 빼앗아 왔다”며 “서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명감을 갖고 조그만 일로 서로 비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청주 청석컨벤션에서 ‘세종시 수정안 저지 규탄대회’를 열어 맞불을 놨다. 이 총재는 참석한 500여 명의 지지자에게 “이명박 정부가 세종시 법안을 입법예고한 것은 정치를 팽개치고 입법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전쟁을 하겠다고 나오면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고 격파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 정세균 대표도 당 최고위회의에서 입법예고와 관련, “도대체 어느 나라 국정운영이 이런 식인지 안타깝고 한심하다. 권력자가 누른다고 해서 국회의원들이 표심을 바꿀 리 없어 (신안은) 부결될 게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내 계파 갈등도 확산되고 있다. 정운찬 총리는 이날 한나라당 대구·경북 지역 의원들을 총리공관으로 초청해 오찬을 하기로 했으나 홍사덕·유승민 의원 등 대구 의원 12명 전원이 불참했다. 대구는 친박계가 다수여서 정 총리가 세종시 신안을 설득하려는 것에 집단 반발했다고 당직자들은 풀이했다. 또 친박계인 서상기 대구시당 위원장은 “28일로 예정됐던 시당 국정보고대회는 당의 내분을 부추길 우려가 있어 취소한다”고 밝혔다.

당 최고·중진 연석회의도 갈등을 빚었다. 친이계 장광근 사무총장은 지도부가 추진하는 세종시 당론 변경에 대해 “당의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수정안을 논의하는 것은 여당의 책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친박계 허태열 최고위원은 “세종시 문제를 토론에 부칠 경우 결론 없이 분란만 가져올 수 있다”고 반박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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