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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인의 책읽기] 영상세대가 고전 읽어야 할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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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블룸 지음, 최용훈 옮김
해바라기, 432쪽, 2만3000원

“책을 잘 읽으려면 발명가가 돼야 한다.”

다소 의아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미국의 저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 블룸이 문학 고전을 읽으라고 권하면서 한 말이다. 아무런 지적 노동 없이 그저 읽기만 하는 행위로는 책을 읽는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 수많은 간판과 광고 문구를 읽는다고 해서 그것이 결코 독서가 아니며, 시장에서 돈을 주고 받을 때 셈을 잘 한다고 해서 수학을 잘하는 것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라는 의미다.

『교양인의 책읽기』는 해럴드 블룸의 고전 독서 편력기다. 40여년간 미국 문단을 주도해온 블룸은 코넬대학과 예일대학에서 수학한 뒤 예일대와 뉴욕대에서 문학이론과 비평을 가르치며 비평활동을 하고 있다. 1999년에는 미국 예술원이 주는 비평 분야 금관훈장을 받았다.

인간의 지적 상상력의 원천은 결국 고전에 있다고 저자는 굳게 믿는다. 이런 태도 때문에 그는 오늘날 다양한 매체로 표현되는 지적 행위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일 수밖에 없다. 최근의 SF소설이나 영상문화에는 더 이상 지성이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는 셰익스피어·단테·세르반테스·디킨스·프루스트 등 많은 작가의 작품을 읽는다. 왜냐하면 그들을 통해 우리의 삶은 더할 수 없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자신의 참모습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꾸려나가는 데는 책만한 것이 없다는 말이다.

세계 50여개국의 대표 작가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해 선정한 단편소설과 시, 장편소설, 희곡 등을 살피는 것도 블룸의 책만이 줄 수 있는 기쁨이다. 투르게네프의 ‘벤진 초원’, 모파상의 ‘텔리에르 부인의 집’, 보르헤스의 ‘틀뢴’(이상 단편소설), 블레이크의 ‘병든 장미’, 월트 휘트먼의 ‘나의 노래’, 존 밀턴의 ‘실락원’(이상 시), 세르반테스의 ‘돈 키호테’, 토마스 만의 ‘마의 산’(이상 장편소설), 셰익스피어의 ‘햄릿’(희곡)등 시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교양을 제공하고 있는 고전을 분석한 글이 실려 있다.

블룸은 이 작품들을 통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하며, 왜 읽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한다. 그리고 독자들이 그런 작품을 읽으며 느껴야 할 문제의식까지 지적해준다. ‘리어왕’에서는 가부장제와 세대 갈등에 대한 인식을 읽을 수 있는데, 이런 작품을 접하지 못할 경우 영상세대는 결국성숙하지 못한 세대가 되고 말 것이라고 그는 충고한다.

김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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