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위덕대 학생들 '보은 헌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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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경주 위덕대 학생들이 은혜에 보답하는 헌혈을 벌였다.

자신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백혈병 환자가 골수이식 수술을 받아야 할 형편이란 소식을 전해듣고 헌혈운동에 나선 것.

1998년 11월 진각종 재단인 위덕대에 1억원의 장학금을 쾌척한 박성복(朴成福.47)씨가 백혈병 판정을 받은 것은 지난 8월. 입원중인 서울 삼성의료원에서 골수이식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朴씨는 다행히 골수기증자가 나타나 수술 날짜를 기다렸으나 수술후 필요한 혈소판이 부족, 다시 애를 태워야 했다.

상처가 났을 때 피를 응고시키는 혈소판은 골수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골수에 병이 생기면 혈소판을 잘 만들지 못해 외부에서 주입해야 한다.

朴씨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학교측은 지난 16일 학교 홈페이지 게시판에 헌혈자를 모집한다는 글을 올렸고, 그동안 장학금을 받은 10명의 학생들이 기꺼이 헌혈을 자원했다.

그러나 장학금 수혜학생들은 朴씨의 혈액형(AB)과 달라 한명도 헌혈을 할 수 없었다. 이에 장학생들의 친구 등 20여명이 다시 헌혈 의사를 밝혔고 학교측은 이들 중 신체 건장한 10명에게 지난 19일 삼성의료원에서 검사를 받도록 했다.

결국 8명이 혈소판을 주입해도 체질적으로 거부반응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23일 정태인(24.정보통신공학과 3년).홍정보(24.컴퓨터제어공학과 4년)군이 헌혈했다.

8명의 학생 모두 거부반응이 없다 해도 2~3명이 지속적으로 헌혈해야 수술 후 회복이 빠르다는 담당의사의 말에 따른 것이다.

지난 18일 3박4일 일정으로 떠날 예정이던 졸업여행까지 포기하고 헌혈한 정군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 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정군 등은 26일 2차 헌혈 등 朴씨의 상태에 따라 수시로 헌혈할 예정이다.

지난 20일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회복중인 朴씨는 "학생들이 너무 고마울 뿐" 이라며 "퇴원하면 꼭 학교를 방문, 학생들을 만나겠다" 는 뜻을 학교측에 전했다.

위덕대는 朴씨의 법호(法號)를 따서 '지항(旨恒)장학회' 를 설립, 해마다 2~3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고 있다.

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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