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주민 "서울행 직행버스 늘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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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24일 오전 7시 40분 일산신도시 마두역 부근.

서울 광화문행 1000번 광역직행버스가 정류장에 닿자 마자 버스를 기다리던 손님 10여명이 우루루 버스로 몰려갔다.

버스에 올라타기 무섭게 빈 자리를 찾지만 늘 그렇듯이 허사다. 앞 정류장인 주엽역 정류장에서 좌석은 이미 다 찼다.

다음 정류장인 금호아파트와 행신초등학교 앞에서 20여명을 더 태운 버스는 다음 정류장인 샘터마을 앞에서는 기다리던 승객의 절반 밖엔 태우지 못했다.

승하차구 계단까지 빽빽하게 들어선 승객들은 이리 저리 밀리며 짜증스런 표정뿐이다. 한시간을 넘게 부대끼다 서울시청앞 삼성플라자 앞에서 내린 회사원 서명국(徐明國.36)씨는 "출근 전에 벌써 파김치가 됐다" 고 투덜댔다.

그래도 광역직행버스는 徐씨가 '시행착오' 끝에 찾아낸 가장 빠른 출근 수단이다. 지하철 3호선은 우회하는 데다 도심에서 갈아타야 해 20분이 더 걸린다.

자가용 출퇴근은 기름값과 정체때문에 포기한지 오래다. 徐씨는 "출퇴근시간만이라도 광화문행 버스를 늘려야 한다" 고 주장했다.

분당.용인 등에서 광화문으로 오는 좌석버스도 사정은 비슷하다. 분당에선 45-2번, 9000번 등의 직행좌석이 있지만 혼잡하기는 마찬가지. 지하철 분당선은 수서역에서 3호선으로 갈아타는 불편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다.

때문에 광역직행버스를 비롯, 광화문행 버스를 늘려달라는 경기도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는 "도심 교통량이 포화상태" 라며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 신설.증차 논쟁=서울.경기도를 오가는 버스는 모두 3백50여 노선에 5천1백여대. 이중 서울 도심인 광화문.시청을 운행하는 버스는 도시형과 좌석형을 합쳐 30여개 노선.

신촌.양재 등 부도심.외곽지역까지 운행하는 경기도 버스들은 매년 광화문까지 노선을 연장해줄 것을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또 광역직행버스가 다니는 일산.분당과의 형평성을 들어 평촌.산본.김포 시민들도 광역직행 신설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입장은 강경하다. 시 교통 관계자는 "신도시에서 지하철.전철을 타고 시 외곽에서 한번만 환승하면 도심 어디든지 도달할 수 있다" 고 주장했다.

일산.분당 광역버스는 건설교통부 조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허용했다는 것. 올해 끝난 서울시와 경기도 간 노선협의에서 광화문행 버스는 수지.일산까지 운행하는 5500번과 1000번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된 폭의 증차만 이뤄졌다.

시는 서울 도심 또는 부도심을 운행하는 기존 버스 노선을 경기도까지 연장하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경기도 기초단체들은 지역업체들을 의식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버스업계의 이해 때문에 수도권 주민들만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 막는 것만 능사일까=서울 도심교통을 억제하면서 신도시 주민들의 불편도 없애려면 지하철이나 광역철도망 확충 외에는 사실상 방법이 없다.

하지만 건교부가 계획하는 X자형 광역전철망은 빨라야 2010년, 서울 강남과 분당을 직접 잇는 신분당선 계획은 2005년에나 가능하다. 그동안 신도시 주민 출퇴근난 해소책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도심행 버스 억제가 신도시 주민들의 자가용 이용을 부추켜 서울 도심교통량을 오히려 늘린다고 주장한다.

교통개발연구원 황상규(黃常圭)연구위원은 "당장 광역철도망 확충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수도권 외곽 주민들의 출.퇴근난을 완화하기 위해선 도심 직결 광역버스 확충이 필요하다" 고 주장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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