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EM] DJ '분 단위'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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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9일 오후 4시40분 서울 삼성동 아셈타워 303호실.

탁자 한개와 팔걸이 의자 5개가 놓인 3평 정도의 좁은 방. 폴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와 막 정상회담을 마친 김대중 대통령은 20분 뒤에 시작될 '아시아지역 정상회의' 자료를 넘기며 마지막 정리를 했다.

분 단위로 쪼갠 빡빡한 일정 사이에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 회의와 회담 사이의 10~20분 정도. 이나마 "이날 오전 황급히 타워 내 창고를 청소해 마련한 대통령 혼자만의 공간" 이라고 박선숙(朴仙淑)청와대 부대변인이 소개했다.

金대통령은 ASEM 전체회의 의제에 대해서도 이미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했다. 단독 정상회담의 세부사항까지 완벽히 연구하기 위해 잠을 제대로 못잘 정도였다는 것.

이런 준비가 이동통신사업 한국 참여(중국 주룽지 총리와 회담).외규장각 도서 반환(프랑스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회담) 등 실무합의 이상의 구체적 성과를 끌어낼 수 있었다고 박준영 대변인은 설명했다.

19일 金대통령은 시라크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마하티르 빈 모하마드 말레이시아 총리와 다섯차례나 단독 정상회담을 했다.

그러면서 아시아지역 정상회의와 오찬.만찬행사를 주재하고, 이한동(李漢東)총리가 주최한 리셉션까지 참석했다.

마하티르 총리와 회담은 오후 9시45분에 시작했다. 20, 21일은 ASEM 의장으로서 전체회의를 주재하고 폐막 후 세계 언론을 상대로 회견까지 예정돼 있다. 그런 틈새로 15분, 20분을 쪼개 정상회담을 한다.

바쁜 일정을 고려해 당초 4개국 정도와 단독 정상회담을 계획했으나 노벨평화상을 받은 뒤 "잠깐이라도 만나자" 는 요청에 14개국으로 늘어났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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