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헌 변호사 문집 '법이 있는 풍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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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김대중 정부의 초대 감사원장을 지낸 한승헌 변호사는 까무잡잡하고 깡마른 체구처럼 깐깐하고 꼿꼿한 사람이다. 목숨을 바쳐가며 사초(史草)를 지키는 조선시대 사관(史官)의 기개와 선비기질을 타고난 듯하다. 그래서인지 그는 끊임없이 자신이 보고 겪은 현대사의 장면장면을 기록하고 책으로 펴낸다.

'법이 있는 풍경' (일요신문사.8천2백원.사진)은 그가 3년만에 내놓은 문집이다. 그동안 여기저기에 기고했던 글, 감사원장 재직 시절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글의 성격에 따라 4편으로 분류해 묶었다.

1편 '내 삶의 흔적' 은 개인사에 대한 글, 2편 '법이 있는 풍경' 은 변호사로서 경험한 법률 관련 글, 3편 '감사원 시절' 은 감사원장 업무와 관련된 글, 4편 '그 분을 생각한다' 는 지인(知人)들에 대한 글이다.

글속에선 그의 삶이 묻어난다. 젊어서는 순수한 열정의 시인이 되고자 했고, 유신시절에는 재야 인권변호사로서 정권의 폭력성과 맞서다 투옥되기도 했고, 김대중 대통령과의 30년 인연으로 감사원장이 되기까지의 편력이다.

그가 즐겨 쓰는 한자성어, '등고자비(登高自卑.높이 될수록 자신을 낮춘다)' '명지독행(明知篤行.바르게 알고 실천에 힘쓰라)' '자승자강(自勝者强.스스로를 이기는 사람은 강하다)' 등의 가르침에 충실하고자 했던 삶의 궤적도 보인다.

그는 자신의 부단한 글쓰기와 관련, "과거에 눈을 감는 자는 현재에도 맹목일 수밖에 없다" 라는 바이체커 전 독일 대통령의 말과 "옛 사람의 길을 알고 새김으로써 오늘의 현실을 다스린다" 는 노자의 말을 인용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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