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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일본 축구 세계 정상 발돋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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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레바논에는 지금 일본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제12회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일본이 지난 대회 우승팀 사우디아라비아를 4 - 1로 꺾은 데 이어 18일 우즈베키스탄을 8 - 1로 대파하자 모든 관심은 일본으로 몰렸다.

일본은 이날 전반 7분 모리시마의 첫골을 시작으로 니시자와(전반 14.24분, 후반 4분)와 다카하라(전반 17.20분, 후반 12분)가 각각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후반 33분 히데아키가 여덟번째 골을 넣었다.

일본은 2승으로 C조 1위를 확정짓고 8강에 선착했다.

'일본축구의 탈(脫)아시아 선언' .

현지 신문들은 호들갑 떨었지만 일본축구가 아시아 수준을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천재 미드필더' 라는 나카타 히데토시(AS 로마)가 빠졌음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특정 선수에 의존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실력이 향상됐음을 증명한다.

그동안 일본축구가 평가절하된 것은 마지막 골을 결정지어 줄 특출한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것 때문이었다.경기는 잘하지만 승부에서 지는 상황이 종종 벌어졌다.

그러나 다카하라(21)와 니시자와(24) 등 젊은 골잡이의 등장으로 비로소 제대로 된 평가를 받게 됐다.

일본축구가 세계 정상급이라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하나.

첫째, 세계축구의 흐름을 완벽하게 소화했다는 것이다.최전방 공격수와 최후방 수비수와의 거리가 30m 정도로 콤팩트한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있어야 할 위치에 반드시 선수들이 포진하는 완벽한 조직력이다.선수들은 끊임없이 뛰면서 공간을 만들어 나간다.

둘째, 수비수 한명 정도는 가볍게 제치는 개인기다.일본축구는 1998년 월드컵과 2000년 유럽선수권을 제패한 프랑스 축구를 연상시킨다.잘 짜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하지만 선수 모두 개인전술을 소화할 능력을 갖고 있다.

일본은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크로아티아.아르헨티나에 각각 0 - 1로 졌지만 대등한 경기를 펼쳤고 지난해 세계청소년선수권 준우승, 올해 시드니 올림픽 8강 등 세계 정상을 향해 한발짝씩 나아가고 있다.

2002년 월드컵에서 공동 개최국인 한국과 일본의 축구 실력은 어떻게 나타날까.

손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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