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시민단체 국익 생각하며 反아셈시위 자제하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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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로 세번째가 되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가 20일부터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다. 아시아 지역 10개국과 유럽연합(EU) 15개국의 국가원수를 비롯해 약 3천여명의 인사가 참여하게 된다.

ASEM은 1994년 싱가포르가 ASEM 창설을 제의해 96년 방콕에서 제1차 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정식으로 출범하게 됐다.

이번 회의는 남북한간의 관계개선으로 한반도 경제권이 새롭게 형성되고 유라시아 횡단철도가 건설되는 민족적 대역사를 눈앞에 두고 열린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자못 크다.

한국이 EU와의 동반자 관계를 더욱 다지고 아시아 경제권과 EU 경제권을 연결하는 유라시아 통상 중심국의 위상을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앞으로 한반도 경제권이 확대되면 유럽과의 교류협력 필요성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99년의 경우 우리나라는 전체 수출의 15.5%인 2백2억4천만달러를 EU에 수출했고, 전체 수입의 10.6%인 1백26억2천9백만달러를 수입했다.

그리고 이런 교역량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EU의 대 한국 투자도 급증해 98년 28억8천4백만달러에서 99년에는 62억5천9백만달러로 1백17%나 증가했으며, 이 규모는 미국이나 일본을 앞지르는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정녕코 세계 일류 국가로 부상하려면 ASEM 회원국과의 교류협력관계를 확대시키는 것이 급선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와 시민단체가 ASEM회의를 반대하는 대대적인 항의집회를 계획하고 있어 불안감을 떨칠 수 없다.

국제 비정부기구(NGO)로 구성되는 다국적 시위대들도 집회에 참여한다고 한다. 더구나 국내 노동단체는 ASEM 개최시기에 맞춰 구조조정 저지 투쟁도 벌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시애틀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각료회의 개막식이 시위대의 항의에 견디다 못해 결국 취소됐고 금년 9월 프라하의 IMF-세계은행 총회는 일정이 단축되기도 했다.

이러한 항의시위에 관심을 갖는 까닭은 IMF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가의 투자환경과 대외신인도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시위가 격렬할수록 외국인의 눈에 비치는 우리의 모습은 배타적 민족주의 세력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고 그것은 투자 분위기를 불안케 하는 역기능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여러가지 개혁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이해와 협력이다.

이 점을 생각해 시위를 하더라도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방식으로 하고 가능하면 위기를 넘어 다시 일어서는 한국의 저력을 보이려는 노력도 곁들여야 할 것이다.

ASEM은 신자유주의의 관점에서 세계화만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빈곤문제, 국가간 빈부격차의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ASEM과 관련한 시민단체의 사회운동도 세계화 문제를 무조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 측면을 이해하면서 부정적인 요인을 개선.보완하는 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며 이러한 국제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나라는 경쟁에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노동단체도 전세계에 우리의 시위문화가 성숙됐음을 보여주고 한국의 개혁성과를 올바르게 인식시키는 일에도 앞장서야 할 것이다.

이번 ASEM을 성공적으로 치르게 될 때와 시위로 얼룩지게 될 때 어떤 차이가 나타날 지를 깊이 생각하면서 우리 모두 국익을 중시하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김호진 <노동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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