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노벨상 받으니 더 큰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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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김대중(金大中.얼굴)대통령은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소회(所懷)를 밝혔다. 청와대 본관 1층 충무실. 金대통령은 환한 얼굴로 시종 농담을 하는 여유를 보였다.

金대통령은 '노벨상을 받은 나라답게' '노벨평화상에 부끄럽지 않게' '노벨상위원회가 지적한 대로' 라는 말을 붙여 노벨상이 국정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임을 시사했다.

우선 "아시아.유럽 정상회의(ASEM)때문에 아직 정리가 덜 됐다" 면서도 ▶화합의 정치▶민주주의와 인권▶남북관계▶세계적 경제강국 건설▶서민생활 보호 등 5대 과제를 노벨상 수상 이후의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 이희호 여사와 껴안아

- 노벨상을 발표할 때 느낌은.

"발표할 때 안방에서 아내(李姬鎬여사)와 (TV를)지켜봤다. 발표되니까 창피하지만 아내와 껴안고 좋아했다. 막상 받고 보니 꿈같고 정말 책임이 무겁구나 생각한다. 올림픽 금메달은 받으면 그걸로 끝나지만 노벨상은 그때부터 책임이 무겁다는 말이 정말 실감난다. "

- 남북 관계에 미칠 영향은.

"남북 정상회담이 노벨상 수상에 도움이 된 게 사실이다. 북한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더욱 발전시켜 노벨상 의도에 부응하는 남북 관계가 되도록 하겠다."

- 수십년간 고난을 이긴 힘은 어디서 나왔나.

"신앙의 힘과 역사에 대한 믿음이다. 내가 세상을 떠나도 반드시 민주주의와 평화통일을 위해 싸운 내 일생이 국민에 의해 정당하게 평가된다고 생각하니 역사책을 읽고가는 듯 편안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대통령도 되고 노벨평화상도 얻어 그 행운을 뭐라 말할 수 없다. "

- 사직동팀 해체는.

"그동안 수고한 데 대해 개인적으로 감사한다. 국민에게 실제 활동보다 더 크고 과장되게 인상을 주고 있다. 일하는 데 불편도 많고 정부에도 도움이 안 된다. 몇번 검토하다 이번에 말썽도 있어 정리하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 생각했다. "

- 노벨상 수상은 1초라도 먼저 알았나.

"1초가 아니라 단 10분의1초도 먼저 몰랐다."

- 민생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크다.

"경제는 직접 챙기겠다.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해낼 수 있다. 나를 믿어달라. 과거에 힘을 합치니 더 큰 외환위기도 이겼다. 내부 문제도 있지만 유가(油價)등 외부 요인이 많다. 국민이 금 모으기 하던 심정으로 협력하면 정말 살려낼 수 있다."

◇ 상금 민족위해 쓸 것

- 노벨상 상금(10억원)은 어디에 쓸 건가. 또 라프토 상금은.

"사실 우리 국민이 지원해 받은 거다. 많은 의견을 들어 민족을 위해 뜻있게 쓸 것이다. 라프토상도 상금이 있나. 여기서 희소식을 들었네(폭소). 그 돈도 합쳐 쓰겠다."

- 야당에 대한 사정설이 있는데.

"사정 정국은 전혀 근거가 없다. 나는 그런 일을 해본 일도 없다. 그런 일을 한다면 노벨상을 준 데 대한 도리가 아니다. "

- 한나라당은 민주당 당적(黨籍) 이탈을 요구한다.

"당적은 여러가지 생각할 게 많이 있다. 한가지만 말할 수도 있지만… '전혀 생각해본 일이 없다' 고 정리하자. "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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