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최고위원들 '내치지원' 한숨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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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관둬야 되는 것 아냐. 이거?" 16일 아침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직전 한 최고위원은 이렇게 중얼댔다.

의약분업 시행 후 지루하게 계속되고 있는 의료계 파업사태에 대한 고민을 토로하다 불쑥 내뱉은 말이었다.

민주당은 이날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 소식 발표 후 첫번째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金대통령이 노벨상 수상 이후 주안점으로 민생과 경제안정 등 내치(內治)를 꼽은 상황에서 열린 회의였다.

그래선지 최고위원회의엔 이례적으로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까지 배석했다. 민생문제 중 최대 현안인 의료계 파업사태를 당정이 함께 논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40분쯤 후 회의장을 먼저 나온 崔장관의 얼굴은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한 참석자는 "회의 내내 崔장관이 대부분의 최고위원들로부터 의약분업에 대한 정부 대책의 미비만 호되게 추궁받았다" 고 귀띔했다.

지난주 영.호남을 순회했던 김중권(金重權)최고위원은 "지방을 돌아보니 아직도 민심 이반의 주된 이유가 의약분업" 이라며 "생각보다 걱정의 도(度)가 높더라" 고 했다.

김근태 최고위원도 "의약분업으로 당이 막대한 피해를 보았다" 고 질타했다. 문제는 최고위원들의 이런 채근에도 불구하고 당장 민심을 되돌릴 묘책이 없다는 점. 몇몇 최고위원들은 요즘도 사석에선 의약분업 시행 유보론을 제기하고 있다.

반면 "이 시점에서 (의약분업을)되돌리기엔 그동안 들인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 는 반론에 부닥쳐 속앓이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약분업을 둘러싼 민주당 내부 기류를 들여다 보면 당론 균열의 조짐도 일고 있다.

최고위원들이 崔장관을 질책했다는 소식을 들은 당의 한 정책관계자는 "최고위원이라는 사람들이 현실도 잘 모르면서 의약분업을 하지말자는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와 대안없는 비판을 하고 있다" 고 비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최고회의 또한 뾰족한 새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의(醫).정(政)간 대화가 막바지라는 崔장관의 보고에 정부 대책을 좀 더 지켜보기로 했으며 "노인 등의 불편을 해소하는 보완대책을 마련하라" 는 수준이었다.

박승희 기자

사진=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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