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에 길이 있다] 밤이 괴로운 전립선염엔 20여 가지 약재 넣은 육미지황탕 처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8면

전립선은 방광 바로 아래에 있는 부생식선이다. 정액 성분의 일부를 생산하며, 성기능에도 많은 영향을 준다. 전립선염은 전립선 조직에 염증이 생긴 것을 말한다. 가장 흔한 증상은 잦은 소변과 잔뇨감·야간뇨 등 소변 증상이다. 또 회음부·고환·하복부의 뻐근한 통증과 불쾌감도 나타난다. 성기능 감퇴와 만성피로가 동반되기도 한다.

한의학에서 전립선염은 산병(疝病) 또는 고병(蠱病)으로 부른다. 인체 하복부와 회음부의 기(氣)가 순행하지 못해 통증이 나타나거나 벌레(蠱)가 나무를 갉아먹듯 생식기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전립선염은 과거 40~50대 환자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최근엔 20~30대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 보는 생활 환경의 변화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시간 앉아 있으면 회음부가 압박을 받아 기혈 순환이 떨어지고, 퇴근 후 잦은 술자리와 고지방·고열량 식사가 전립선의 기능을 떨어뜨린다.

전립선염 환자의 심리적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비세균성 전립선염이라도 배우자에게 감염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성적 욕구가 많이 떨어져 실제 조루나 발기력 약화로 이어진다.

이렇게 심각한 남성 질환임에도 아직 치료는 쉽지 않다. 급성 전립선염은 항생제 등으로 효과를 보지만 만성화하면 근본적인 치료가 어렵다. 근육이완제나 배뇨 기능을 돕는 약으로 증상을 완화시키는 정도다.

한방 치료가 관심을 끄는 것은 항생제 장기 복용에 의한 내성 문제와 부작용에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 신장이나 방광 기능을 개선하고, 전립선 부종 등 전립선의 상태를 회복시키므로 근본 치료가 가능하다.

한방 치료는 신장과 방광 기능을 돕고, 면역 기능을 강화해 주는 육미지황탕을 기본 처방으로 삼는다. 여기에 항염·청열·해독 기능이 있는 금은화·패장근·어성초 등 약재, 소변을 잘 보게 하는 택사·차전자, 하초의 습열을 제거하는 토복령 등 20여 가지 약재를 가감한다. 전립선 염증 치료와 함께 간장·비장·신장·방광 기능을 함께 다스려 오장육부의 균형과 온몸의 기혈 순환을 돕는 전신 치료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10명 중 9명 이상에서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립선염 치료 시 온열찜질·괄약근운동·마사지·좌욕 등을 병행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치료가 끝난 뒤 과음과 과로를 피하고, 소변을 억지로 참지 말아야 하며, 힘을 줘 소변을 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일중한의원 손기정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