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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축제 어울리며 친구처럼…상사맨 노력에 원주민 마음 열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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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캐나다 온타리오주 할디만드 지역의 풍력 발전기가 돌고 있다. 삼성물산·한국전력은 2016년까지 이곳에 대규모 풍력·태양광 발전단지를 세울 계획이다. 오른쪽 작은 사진은 2014년에 문을 닫는 난티코크 화력 발전소. [삼성물산, 난티코크 화력 발전소 제공]

삼성물산·한국전력이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풍력·태양광 발전단지를 짓기로 한 캐나다 온타리오주 시골마을 할디만드. 온타리오의 주도 토론토에서 남쪽으로 100㎞ 떨어진 곳이다. 22일(현지시간) 찾은 이곳은 조용한 분위기였다. 목장·평원이 대부분인 곳에는 좀처럼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따뜻한 태양과 5대호 중 하나인 이리호에서 불어오는 센 바람이 이곳이 태양광 및 풍력 발전단지 조성에 제격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었다. <본지 1월 23일자 12면>

이곳의 평균 일사량은 3.7kWh/m²로 풍부하다. 바람도 사시사철 부는 데다 토론토와의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곳에는 2016년까지 202.3㎢(약 6100만 평) 땅에 총 발전량 2.5GW의 대규모 발전단지가 조성된다. 세계 최대의 풍력·태양광 단지다. 전날인 21일 온타리오주 정부와 수주 협약을 맺은 삼성물산은 이튿날인 22일 할디만드 인근 마을인 ‘식스네이션스’를 찾아 인디언 원주민 부족과 또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태양광 발전단지를 짓는 데 서로 돕는다’는 내용이었다.

삼성물산 상사부문 이철우 부사장은 “공사가 매끄럽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원주민들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양해각서를 맺은 배경을 설명했다. 지난해 1월, 삼성물산의 신재생에너지팀 유건영 부장은 팀원 2명과 함께 사전 답사를 위해 이곳에 들렀다. 사업의 적지(適地)라는 판단이 섰다. 하지만 원주민들의 반대가 문제라는 점을 알았다. 인디언 보호구역에 사는 원주민들이 땅의 소유권 문제로 주정부와 소송을 벌이고 있었던 것이다. 유 부장과 팀원들은 이곳에 머물며 원주민의 마음을 얻으려 애썼다. 부족장의 집에 머물며 음식을 먹고, 전통 음악에 맞춰 춤도 배웠다. 부족 축제에 참가해 어울리기도 했다. 윌리엄 몬투어 식스네이션스 촌장은 “다른 기업들은 이곳에 찾아와 사업 제안서를 내밀며 ‘할래, 안 할래’를 물었다. 하지만 삼성물산 친구들은 우리와 어울리며 친구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을 사랑하는 우리 부족을 위해 태양광 발전소를 짓고 일자리를 만들어 준다고 약속해 사업에 동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린에너지에 대한 주정부의 관심도 힘이 되고 있다. 이 일대 인근 난티코크 지역에는 1978년 완공된 캐나다 최대 규모의 화력 발전소가 있지만, 2014년 문을 닫을 예정이다. 화력 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고 태양광·풍력 단지로 바꾸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할디만드(캐나다)=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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