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언장 작성부터 집행까지 은행서 처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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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호 26면

변호사 사무실이 아닌 은행에서도 유언장을 쓰고 보관과 집행을 맡길 수 있다. 은행이 고객의 유언장과 관련한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언신탁이다. 올 들어 산업·외환은행이 잇따라 유언신탁 상품을 내놨고, 다른 은행과 일부 보험사도 조만간 비슷한 상품을 선보일 전망이다. 사후에 상속 재산을 둘러싼 유족들의 다툼이 걱정되거나, 상속 재산의 일부를 복지단체 등에 기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적합해 보인다.

이 주일의 HOT 금융상품 - 유언신탁

유언신탁을 이용하면 은행이 우선 법적인 요건에 맞게 유언장 쓰는 것을 도와준다. 또 고객의 생전에는 유언장을 은행 금고에 안전하게 보관해 주고, 사후에는 유족에게 유언장을 전달해 고객의 뜻대로 재산이 처리되도록 한다. 은행에 있는 세무 전문가가 상속세를 적게 내기 위한 절세방법을 상담해 주고, 재산을 물려받을 자녀가 어리다면 성년이 될 때까지 은행이 금융자산을 대신 관리해 주기도 한다. 필요하면 추가 비용을 내고 법무법인에서 유언장의 공증을 받아 사후 집행까지 맡길 수 있다.
재산 분배에 관한 사항뿐 아니라 유족에게 남기고 싶은 당부나 작별인사 등도 은행을 통해 전할 수 있다. 물론 고객이 원하면 중도에 유언장을 고치거나 도로 가져갈 수도 있다.

이 상품에 가입하려면 일단 외환·산업은행의 프라이빗뱅킹(PB) 영업점을 찾아가면 된다. 일반 영업점과 달리 PB 영업점의 고객이 되려면 일정액 이상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한다. 최소 기준금액은 외환은행이 1억원, 산업은행은 5억원이다.

유언신탁에는 연간 5만원 정도의 수수료가 붙는다. 은행 금고를 빌려 쓰는 실비 수준이다. 은행들이 이 상품에서 직접 이익을 남기기보다 돈 많은 우량 고객을 유치하는 데 주된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유언신탁은 1991년 말 제일은행이 첫선을 보였다. 그러나 출시 후 3~4년이 지나도록 이용 고객이 10여 명에 불과했다. 죽음에 대한 언급 자체를 꺼리는 사회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최근 인구의 고령화로 사후에 생길 수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고객들의 관심과 준비의식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게 상품 개발자들의 판단이다.

외환은행 이항영 세무팀장은 “현대 사회에선 ‘웰빙(well-being)’에 못지않게 ‘웰다잉(well-dying)’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일찍 준비할수록 편안한 마음으로 죽음을 맞을 수 있고 상속세의 절약이나 가업의 안정적 승계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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