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성과와 전망] 북 미사일 담보로 경협 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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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은 북.미 공동성명을 통해 핵 동결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유보를 담보로 미국으로부터의 체제 보장, 북.미 관계 정상화 및 경제협력 등 예상밖의 성과를 이끌어냈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사항을 대부분 얻어낸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이번 합의에 대단히 만족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미국에 앞서 합의내용을 곧바로 공개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한은 이번 합의로 북.미회담 또는 4자회담을 통해 평화협정을 체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은 앞으로 '6.15 공동선언' 과 '10.12 북.미공동성명' 을 양축으로 해 '통미통남(通美通南)' 의 실용적 태도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우선 국제 반테러기구 가입, 미사일 개발.수출에 관한 명확한 입장 표명, 요도호 납치범의 자진 출국 등 미국측의 요구를 수용해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예상된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무장관의 방북이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북한은 이를 통해 클린턴 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성사시키고 북.미관계를 완전히 정상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평화협정 체결로 가는 중간단계로 북.미 상호불가침 선언이 발표될 가능성도 있다.

다만 북한이 미사일 개발 및 수출과 관련해 '생존권 보호 및 외화획득' 을 강조해오고 있어 미국측의 태도에 따라서는 약간의 난관이 발생할 소지는 있다.

한편 북한은 이번 합의를 계기로 자신이 내걸어온 강성대국론의 깃발 아래 실질적인 경제재건에 나설 수 있는 유리한 환경을 마련하게 됐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대외개방과 경제개혁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대외개방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시장경제 메커니즘을 받아들이는 경제개혁에 착수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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