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터넷 자유 실현을 새 국가전략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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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베이징의 구글 중국 본사 앞에 설치돼있는 진입금지 표지판이 중국과 미국의 인터넷 전쟁을 암시하는 듯하다. [베이징 로이터=뉴시스]

미국과 중국이 인터넷 대전으로 치닫고 있다. 한치의 양보도 없이 정면 충돌로 가는 양상이다.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업체인 구글에 대한 해킹과 중국 정부의 검열이 발단이 됐다.

◆공세 계속 펴는 미국=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21일(현지시간) 구글에 대한 사이버 공격과 관련, “중국 정부는 철저하고도 투명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글은 지난주 해커들의 잦은 공격과 중국 정부의 인터넷 검열을 이유로 중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클린턴 장관은 향후 미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인터넷 자유를 실현할 것이며 이를 21세기 국가전략으로 삼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인터넷을 통제하는 중국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는 말이다. 그는 “개인이든 국가든 사이버 공격에 가담하면 반드시 그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하고 국제적 비난을 받아 마땅하다”며 중국을 간접적으로 비난했다.

중국 정부의 인터넷 정보 차단 프로그램 정책도 도마에 올랐다. 클린턴 장관은 인터넷 통제국으로 중국과 함께 베트남·이집트·우즈베키스탄·튀니지를 거론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자유로운 정보 흐름을 막는 행위는 정부와 시민사회, 그리고 경제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지난해 초 자국 내 모든 개인컴퓨터에 ‘그린 댐(green dam)’이라는 음란물 접속 차단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했다가 이를 유보한 바 있다. 중국 런민(人民)대의 스인훙(時殷弘) 미국연구소 주임(소장)은 클린턴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그는 “구글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개별 문제일 뿐인데 미국이 날을 세워 (중국을) 비난한 데 놀랐다”며 “개별 기업 문제를 정치문제화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비판했다. 스 주임은 이어 “클리턴 장관의 비난은 구글과 중국 정부 간 문제 해결 여지를 더 좁게 만들었다”고 비난했다.

미국의 강경 기류는 기업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최대 도메인 등록업체인 레지스터 닷컴(register.com)은 21일 중국 최대 검색 포털인 바이두(百斗)가 제기한 소송에 대해 “근거 없다”고 잘라 말했다. 미 나스닥 등록업체인 바이두는 지난 12일 ‘이란 사이버군’으로 이름을 밝힌 해커들의 공격을 받아 사이트 접속이 어려워지자 뉴욕 관련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바이두는 레지스터 닷컴 측의 부주의로 (미국) 해커들이 도메인 관련 소프트웨어를 불법 변형해 사이트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법대로’ 강조하는 중국=마자오쉬(馬朝旭)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2일 성명을 통해 “중국이 인터넷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는 미국의 주장은 사실과 다를 뿐 아니라 중·미 관계를 손상시키는 언행”이라며 “우리는 결연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마 대변인은 이어 “중국 헌법은 국민의 언론 자유를 보호하고 있다”며 “중국의 법률은 어떤 형태의 인터넷 해킹 행위와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 침해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국은 고유의 국가 환경이 있고 문화 전통이 있다”며 “인터넷 발전을 추진하는 것이 중국의 일관된 정책이며 중국이 인터넷을 합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부합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이날 “중국 정부의 인터넷 감시는 법에 따라 충분히 근거가 있고 합리적인 것인데도 (미국이) 구글 사건을 확대하고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은 다른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논평했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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