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슈퍼들 "우리도 세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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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백화점.할인점 등 대형 유통업체에 맞서 동네 슈퍼마켓들도 세일을 자주 한다. 대형업체에 단골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자구책이다. 일부 제품은 원가에라도 팔기에 급급하다. 원가보다 싼 값에 파는 품목도 점차 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상가에 있는 거평슈퍼는 백화점과 대기업 슈퍼마켓의 정기세일에 맞춰 지난 4일 할인판매를 시작했다.

주인 나성주씨는 "여러 해 단골인 손님이 세일을 하는 대형슈퍼의 쇼핑백을 들고 가는 모습을 보고 서글픈 생각과 함께 위기감을 느꼈다" 며 "출혈을 감수하면서 세일행사를 따라 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14일까지 하는 세일에서 4천여 가지 품목 중 조미료.당면.간장 등 4백여 가지 품목은 이윤없이 팔고 있다.

콜라.설탕.라면 등 아파트 주민들이 자주 찾는 30가지 품목은 밑지고 판다. 소위 미끼상품이다. 10~15%의 정상이윤을 받는 품목은 치약.치솔 등 일부 공산품으로 전체의 20%도 안된다.

인근 미성아파트 상가 내 3백평 규모의 슈퍼마켓 뉴타운공판장은 대형 유통업체의 세일기간을 알아내 할인행사를 지난달 23일부터 6일까지 미리 했다. 1백20여가지 공산품과 생식품을 20~50% 할인해 팔았다.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서 싼 물건을 사기 위해 어음 대신 현금을 주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은태 점장은 "아무리 싼 물건을 갖다 놓아도 고객들이 백화점.할인점 등지로 몰리는 것 같다" 고 말했다.

체인스토아협회의 한 관계자는 "중소 슈퍼마켓 업체들이 물건을 싸게 공급받기 위해 대리점에 협찬을 요구하는 경우도 많다" 고 말했다.

슈퍼마켓들이 단체로 대형 유통업체와 맞서는 전략도 추진 중이다.

전국에 5천명의 회원을 두고 있는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는 지난 6월 회원사를 대신해 물건을 공동구매.분배하는 법인 '바로코사' 를 세웠다. 인천.용인에 물류센터를 만들고 배송차량도 10여대 구입했다.

바로코사의 배무한 차장은 "대형 유통업체에 밀려 올들어서만도 1만개가 넘는 지역 슈퍼마켓들이 문을 닫았다" 며 "회원사들이 뭉쳐서 공동기획.구매하는 품목을 늘릴 계획" 이라고 말했다.

최준호 기자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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