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 메가폰] 한·일 교통문화 수준 너무 차이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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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시민단체인 녹색교통운동은 1998년부터 매년 국내 주요 도시들의 교통 문화를 조사하고 이를 지수화하는 '교통문화 지수 조사 사업' 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 사업은 국내 25개 도시 외에 2002년 월드컵 개최 도시 중 하나인 일본의 오사카를 대상에 포함해 국제 비교가 가능해졌다는 것이 특징이다.

실무를 담당했던 나는 '평가 결과에서 오사카가 국내 도시들을 모두 앞지르지는 못할 것' 이라 예상했다. 오사카가 일본 내에서는 교통문화가 비교적 낙후된 곳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은 조사를 시작하자마자 깨졌다. 오사카에선 횡단보도 정지선을 지키지 않거나 안전띠를 매지 않은 운전자를 먼저 체크했지만 국내에선 그 반대의 방법을 택해야 할 정도로 각종 안전수칙 준수율 차이가 두드러졌다.

결국 운전자의 운전행태, 교통사고 관련 통계, 시민의식 수준 등을 모두 종합한 점수에서 오사카는 국내 도시들보다 교통문화 수준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안전띠 착용률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여 오사카에선 안전띠를 맨 운전자가 10명 중 7명이었으나 국내에서는 10명 중 2명뿐이었다.

얼마 전 국내에서 시행한 속도 완화 조치가 부적절했다는 것도 오사카에서 다시 확인했다. 국내에서는 시내 도로의 제한 속도가 시속 60~70㎞인 반면 오사카는 50㎞ 수준이었는데, 함께 조사에 참여한 일본인들은 이 사실에 크게 놀라는 눈치였다.

녹색교통운동은 교통사고 유자녀들을 위해 장학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들 중 어느 세 자매는 8년 전 뺑소니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어렵지만 꿋꿋하게 살아왔는데 지난 달에는 음주운전자 때문에 어머니마저 사고로 잃었다. 이런 교통문화를 계속 방치한다면 시민 모두가 교통사고 유자녀들에 대한 가해자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다.

심규봉 <녹색교통운동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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