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시의 특기자 선발이 대학에 일단 붙고 보자는 수험생과 모집.홍보 효과를 거두려는 대학을 위한 편법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
특기자 선발 지원자가 특기와 무관한 학과(학부)에 진학하는가 하면 대학들이 특별전형을 통해 가수.탤런트 등 연예인들을 경쟁적으로 뽑아 일반 학생들과의 형평성을 잃고 있는 것이다.
특히 특별전형 입학생의 절반이 성적불량으로 제적되거나 학사경고를 받고 있어 이 제도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보완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민주당 설훈(薛勳)의원이 11일 분석해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1998~2000학년도에 서울에 있는 15개 대학의 각종 경시대회 및 올림피아드 대회 입상자, 어학특기자 입학생 9백33명 중 3백72명(40%)이 수상경력이나 특기와는 무관한 모집단위의 학부나 학과에 다니고 있다.
특히 영어특기자의 경우 19개 대학 입학생 8백59명 중 절반이 영어특기와는 관련성이 적은 학과(학부)에 합격했다.
특별전형은 수능.학생부 성적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뽑는 일반전형과 달리 수상실적.면접 등으로 선발한다.
특별전형 선발 인원은 98학년도엔 전체 모집인원의 9.2%였다가 2000학년도 21%, 2001학년도 23.4%로 크게 늘고 있다.
◇ 특기 따로, 입학 따로=K대의 경우 1백59명의 특기자 중 영어특기자 46명이 컴퓨터공학과 군(群)에 입학하는 등 1백11명(70%)이 특기와 무관한 학과에 들어갔다.
S대는 올림피아드.전국경시대회 입상자 39명을 입학시키면서 이중 12명을 수상 실적과 관계없는 학과에 다니게 했다.
이는 특기와 관련이 있는 모집단위에만 입학할 수 있도록 제한한 대학이 서울 시내 24개대 중 5개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능했다.
Y대는 논술.외국어 특기자가 의예.치의예과까지 갈 수 있게 해놨다. K대의 경우 1백44명의 영어특기자 중 1백명이 전 학부에 빠짐없이 입학했다.
薛의원은 "수학경시대회 입상자가 법대에, 영어특기자가 의예과에 진학하는 것은 학생의 특기를 대학이 살려주겠다는 제도 취지에 어긋난다" 면서 "특기별로 갈 수 있는 모집단위를 제한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 특기자 부적응=건국대 교육학과 오성삼(吳聖三)교수가 1998년 특별전형으로 입학한 2백57명을 대상으로 4학기 동안 학업성취도를 조사한 결과 52%가 학사경고를 받거나 자퇴.휴학하는 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어특기자는 휴학.자퇴생이 56%나 됐고 학사경고자까지 합치면 66%나 됐다.
강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