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인권위, 대검 감청장비 현장조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한나라당 인권위 소속 의원들이 10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수사기관이 무인가 감청설비를 대량 구입해 사용 중' 이란 감사원 지적에 대해 현장조사를 벌이기 위해서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감사원 특감자료에 따르면 '대검은 1996년부터 3년간 고성능 송수신기 등 무인가 감청설비를 1백33대 구입했다' 고 돼 있다.

대검 방문에는 안상수(安商守.과천-의왕)위원장을 비롯해 이주영(李柱榮.창원을).이인기(李仁基.칠곡).이원형(李源炯.전국구)의원이 참가했다.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김대웅(金大雄)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수뇌부가 이들을 맞았다.

의원들은 검찰이 불법 장비를 구입한 까닭과 이를 사용해 불법 감청을 했는지 따져물었다.

朴총장은 "불법 구입한 게 아니다. 불법 사용한 일 없다" 고 여러차례 해명했다.

▶이주영 의원〓검찰이 나서 불법 장비를 구입한 까닭은.

▶朴총장〓청계천같은 데서 야미로(속여서) 산 게 아니다. 허가업체로부터 구입했다. 다만 업체가 각각의 장비에 대해 별도의 인가를 받았어야 했는데 안 받은 것이다. 조달청 납품 때처럼 착각한 것 같다. 그러나 검찰엔 인가 여부를 확인할 법적 의무가 없다.

▶安의원〓전자파가 강해 기존 장비에 위해(危害)를 줄 정도로 성능이 좋아 정보통신부에서 인가를 안 내줬다는 얘기가 있다.

▶金중수부장〓그런 장비는 없다. 인가를 받을 수 있는데 생략한 것이다.

이어 의원들은 장비의 용도를 따졌다. 그러자 金중수부장은 "구입한 송수신기는 마약 수사 때 현장의 공작원과 외부의 수사관이 연락할 때 사용한다" 며 "때문에 법원 감청 영장도 필요치 않다" 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이인기 의원 등은 "불법 감청할 때 쓰는 것 아니냐" 고 물었고, 金중수부장은 "몇년 전 경찰이 개인적으로 갖고 다닌 게 있을지 몰라도 요즘엔 일절 그런 일이 없도록 점검한다" 고 답변했다. 설전(舌戰)은 계속됐다.

그러나 의원들이 "이들 민간업자는 검찰.경찰에 불법 장비를 팔아 법을 어겼다. 업자들을 단속할 용의는 없느냐" 고 추궁성 질문을 하자 朴총장과 金중수부장은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고정애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