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황제 머독 후계자 자리 다시 안개 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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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69)의 후계자 자리를 놓고 갖가지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전립선암으로 항암치료를 받던 머독은 지난 5일 장남 라클란(29)을 뉴스 코퍼레이션의 서열 3위 직책인 관리담당 부책임자로 전격 승진시켰다.

지난 6월 차남 제임스(27)가 뉴스코프 지주회사격인 스타TV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라 대권에 한발짝 다가선 것 아니냐는 지금까지의 관측을 뒤집는 결정이었다.

라클란은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한 뒤 뉴욕 포스트와 몇몇 잡지의 발행 업무를 맡아왔다.

제임스는 하버드 대학을 중퇴한 뒤 독자적으로 음반회사를 경영하다가 3년전 뉴스코프에 합류했다.

머독은 큰아들에 대한 신뢰가 대단하지만 자신의 사업수완을 그대로 빼닮은 제임스의 능력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라클란의 전격 승진조치는 머독의 와병으로 뉴스코프의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덜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두 아들에게 주요 직책을 양분, 경쟁을 통해 적임자를 찾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머독은 2개월간의 항암치료후 건강이 회복됐다며 경영에 더욱 의욕을 보이고 있어 후계자 거론 자체가 시기상조라는 얘기도 있다.

"내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기면 후임자는 피터" 라고 말해왔듯이 그룹내 2인자인 피터 체르닌(49)뉴스코프 사장 겸 최고관리책임자(COO)에게 갖는 믿음도 두텁다. 하지만 체르닌의 역할은 후계자가 아닌 중간관리자로 끝날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위성TV방송 B스카이B의 총지배인을 맡아오다 올초 독립을 선언한 맏딸 엘리자베스(32)의 거취도 관심거리다.

그녀는 경영 대권을 놓고 라클란과 경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혀왔으나 갑자기 영화.TV 사업을 하겠다며 회사를 떠났다. 머독은 엘리자베스가 언제든지 돌아오길 바란다고 말하고 있다.

뉴스코프 지분 18%를 갖고 있는 리버티 미디어 그룹의 존 말론도 후보로 거론된다. 머독은 말론이 투자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며 그같은 가능성을 일축한 바 있다.

홍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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