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구조조정 우리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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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거액의 채무로 허덕이는 대기업 그룹들의 회생을 위해 채권단이 주식을 인수한 뒤 경영을 잘해 빚을 갚은 후 원소유주에게 주식을 되돌려주는 독특한 방안을 도입키로 했다.

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3, 4일자)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정부.은행 등에 총 31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는 텍스마코(27억달러).티르타마스 마주타마(4억달러)등 2개 그룹을 인도네시아 은행구조조정위원회(IBRA)가 직접 경영하도록 하는 방안을 승인했다.

IBRA는 두 회사의 설립자 등 대주주들로부터 각각 지분의 70%를 인수, 경영한 후 두 회사가 부채를 모두 갚으면 지분을 돌려주게 된다.

채무상환이 완료되려면 텍스마코가 최소 12년, 티르타마스 마주타마가 최소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IBRA는 이를 위해 해외 인물들에게까지 문호를 개방해 경영진을 새로 선임하고, 국제회계사가 정기적으로 경영내용을 감사토록 할 계획이다.

현재의 대주주들은 나머지 지분 30%를 갖고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는 있지만 중요한 업무는 맡지 못한다. 채무상환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으면 나머지 지분 30%까지 IBRA에 넘겨야 한다. 두 그룹은 이 방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기업채무의 경우 보통 대주주나 기업의 재산을 정리해 청산하는 것이 보통인데 이같은 파격적 방식을 택한 것은 두 그룹의 설립자가 와히드 대통령과 상당한 친분관계가 있기 때문" 이라는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오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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