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 성적 부진…날아간 '경품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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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단말기 가격 인상으로 휴대폰 가입을 망설이던 兪모(26.경기도 안산시 사동)씨는 지난달 초 016 한국통신프리텔에 가입했다.

한국 선수단이 시드니 올림픽에서 금메달 16개를 따면 총 가입비용 중 16만원을 되돌려준다는 이 회사측의 숫자 마케팅에 "혹시나" 하며 마음이 끌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兪씨의 기대는 결국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국내 업체들이 사상 최대의 경품 마케팅을 벌였던 시드니 올림픽에서 기대에 못미친 한국 선수들의 성적 때문에 소비자들과 보험회사의 희비가 엇갈렸다.

유럽풍 패밀리레스토랑 마르쉐는 가을특선메뉴 판촉을 위해 한국이 남자마라톤에서 우승하면 주문고객 중 1백명에게 1백만원씩 총 1억원을 주기로 했지만 우승에 실패, 없었던 일로 끝났다.

금메달이 15개 이상 됐을 경우 구매고객을 추첨해 1백명에게 현금 1백만원씩, 2백명에게 상품권 50만원씩을 주기로 했던 LG이숍의 경품도 고객들의 기대만 부풀리는데 그쳤다.

이밖에도 축구8강.마라톤 우승.금메달 수 맞히기 등에 고액의 경품을 건 애니콜.대우자동차판매.LG백화점 등 큰 업체들의 행사는 당첨자가 하나도 없었다.

골드뱅크.e세일 등 메달 수나 획득선수 맞히기를 실시했던 인터넷 업체의 고객들은 재미를 본 경우도 있었다. 골드뱅크의 첫 금메달 획득선수(윤미진)맞히기에는 12명이 정답을 맞혔다. 경품은 인터넷 소액결제용 사이버 머니.

반면 경품비용을 보험금으로 지급하기로 했던 보험업계는 보험료를 고스란히 수익으로 챙겨 표정관리 중이다.

삼성화재는 모두 40억원의 보험료를 받았지만 단 한건도 성사되지 않아 고스란히 수익이 됐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애초부터 기업들이 가능성이 없는 조건을 내걸고 매출 증대를 위해 소비자를 현혹시켰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김영훈.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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